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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위치수집’ 국내 첫 집단소송

입력 | 2011-04-29 03:00:00

아이폰 사용자 29명 손배소




 최근 아이폰이 사용자 몰래 위치정보를 저장해온 사실이 드러난 뒤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에 따른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국내 아이폰 이용자는 올해 1월 하순에 이미 200만 명을 돌파해 앞으로 유사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강모 씨 등 아이폰 사용자 29명은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사와 국내에서 아이폰을 판매하는 KT를 상대로 1인당 80만 원씩 총 2300여만 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사용자들은 소장에서 “아이폰트래커를 이용하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최근 6개월 동안 방문한 장소가 기록으로 남는다”며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위치정보가 무단 수집된 사례가 드러나는 등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 유출-악용 위험 개인당 80만원씩 배상하라”▼
美 이어 국내서도 애플상대 소송

이들은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하거나 관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애플과 KT는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조차 밝히지 않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위치정보가 무단으로 수집·이용되면서 개인정보를 제3자가 악용할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이 사건으로 받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아이폰의 위치정보 수집에 관한 국내외 언론 보도 내용을 증거자료로 첨부해 제출했다.

아이폰이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consolidated.db’라는 이름의 숨겨진 파일에 저장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에서도 최근 애플을 상대로 민사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또 미국 의회는 공개 질의와 청문회 등 조사에 착수했고 국내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애플코리아에 질의서를 보내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에 대해 과거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빚어진 집단소송과 달리 조심스레 승소 가능성을 예측하는 의견이 더 많다. GS칼텍스나 옥션 회원의 개인정보 유출 소송의 경우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책임과 정보 유출로 발생한 피해 등이 쟁점이 됐으나 소송을 낸 회원들이 결국 배상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개인이나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이동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이용하거나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어 이번 ‘아이폰 위치정보’ 소송에서는 이용자들이 위치정보 수집에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미국 소송에서도 사용자들은 위치정보 수집 사실을 사전에 전혀 몰랐으며 위치정보가 노출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이폰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이번 소송을 낸 29명이 승소하더라도 다른 사용자들에게까지 자동으로 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별도로 소송을 직접 내야 한다. 국내에는 판결의 효력이 이해당사자 전체에게 적용되는 집단소송제가 증권 분야의 일부에만 도입돼 있기 때문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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