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4·2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 자신도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한나라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내가 나서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며 막후에 머물렀던 데서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차기 대통령 후보군의 선두에 있고, 집권당의 제2대 계파를 이끌고 있으며, 주요 국정 현안에서 실질적인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정도의 ‘현재형 권력’이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당면 과제에서부터 리더십을 발휘해 지도자로서 자질과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당을 추스르지도 못하는 지도자가 국정을 담당하기는 어렵다.
한나라당은 지금 분명 위기다. 이달 중순 아산정책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44.8%로 ‘여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33.6%)보다 11.2%포인트나 많았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민심의 변화다. 당이 다수 국민의 신뢰로부터 멀어지고, 리더십의 표류로 콩가루 집안처럼 된다면 박 전 대표 혼자 대세론을 굳히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가끔 어쩌다가 ‘원 포인트 발언’으로 현실정치를 논평하는 것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국민이 식상해하고 있다.
무릇 ‘대세론’이라는 것도 굳어지는 순간 그것을 깨려는 에너지가 국민한테서 나오기 마련이다. 지난날 여러 전례를 보더라도 국민은 끊임없이 대세론을 뒤집었다. 4·27 재·보선 직후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선호도는 30% 선이 깨진 28.4%로 나타났다. 그 대신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경기 성남 분당을(乙)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뛰어들어 승리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위인 13.5%로 급부상했다. 아직 격차가 크다고 하지만 추세로 보면 ‘하향과 급상승’이다. 박 전 대표가 심기일전해 새로운 정치에 도전해야 한다는 여론의 메시지로 봐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