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는 3년이 지났고 차기 총선은 1년도 안 남았다. 이번 재·보선이나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간이라도 빼줄 듯했던’ 열정의 절반이라도 남은 임기 동안 보여 달라고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18대 국회는 총선 후 장외 정쟁을 벌이느라 개원(開院)하기까지 무려 82일이 걸렸다. 개원 후에도 선출해준 국민의 이익보다 의원 자신들의 잇속을 먼저 챙기는 사선공후(私先公後)의 모습을 여러 형태로 보여 왔다.
당선무효 기준을 완화하려는 선거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몰래 통과시키려다가 들켰다. 여야 정치인 6명이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으로 재판을 받자 이를 해결하려고 정치자금법 개정을 시도했다. 전직 의원들에게 매달 120만 원씩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법을 슬그머니 통과시켰다. 예산안 통과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육박전을 벌이면서도 세비를 5.1% 올리는 데는 의기투합했다. 가족수당과 자녀학비 보조수당까지 알뜰하게 챙겼다.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비롯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 의원들에 대한 징계안 처리를 계속 무산시켰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통하는 다수결 원칙이 국회에서는 실종되기 일쑤였다. 망치와 전기톱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막으려고 한 활극은 나라 망신을 톡톡히 시켰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육박전까지 폭력이 다수결을 대신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본래 법안의 자구(字句)를 심사하는 곳인데도 야당 소속 법사위원장은 걸핏하면 법안의 상정 자체를 거부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