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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세기의 결혼식’]평민 케이트 ‘공작부인’ 되던 날, 전세계 20억명이 축하

입력 | 2011-04-30 03:00:00

■ ‘로열 웨딩’ 이모저모




세기의 결혼식은 성대하고 차분했다.

29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캐서린(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하자 붉은 상의의 영국 육군 아일랜드 근위대 정복을 입고 제단에서 신부를 기다리던 윌리엄 왕세손은 행복한 미소를 건넸다. 신랑 들러리로 형 옆에 서 있던 해리 왕손도 형수가 될 순백의 신부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나눴다.

신부는 이번 결혼식을 위해 영국 전통정원 느낌이 나도록 나무를 양옆에 심은 성당 홀을 4분 동안 천천히 걸어 식장에 입장했다. 30년 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식, 그리고 14년 전 다이애나비의 장례식 때 쓰인 성가 ‘주여 나를 인도하소서. 오 당신은 위대한 구세주’가 울려 퍼졌다. 존 홀 웨스트민스터 주임 사제의 예배와 리처드 샤트러스 영국 성공회 주교의 강론, 로언 윌리엄스 영국 성공회 대주교의 주례가 이어졌다. 결혼 서약 뒤 신랑은 전통에 따라 웨일스산 금반지를 신부의 손가락에 끼워 주었다.

결혼식을 마친 신랑 신부는 1902년 제작된 마차를 타고 의사당 앞길과 정부청사가 몰려 있는 화이트홀 거리, 더몰 거리를 지나 버킹엄궁까지 2km 구간을 돌면서 연도에 나선 시민 100만여 명과 관광객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미소를 보냈다. 버킹엄궁에 도착한 신랑 신부가 발코니에서 입을 맞추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이날 행사는 절정에 이르렀다. 키스가 너무 짧게 끝나자 옆에 있던 해리도 웃었으며 시민들은 첫 키스 후 거의 2분가량 “한 번 더(kiss her again)”를 계속 외쳤다. 부부는 수줍게 다시 입을 맞췄다. 날씨는 흐렸지만 예보됐던 비는 오지 않았다. 버킹엄궁에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베푸는 오찬이 열렸고 저녁에는 찰스 왕세자가 지인 300명을 초청한 가운데 만찬과 무도회가 열렸다.

‘신부의 네 가지’도 관심거리였다. 영국에서는 신부가 결혼할 때 낡은 것, 새것, 빌린 것, 파란색인 것과 각각 인연을 맺어야 잘 산다는 전통이 있다. 파란색은 청혼 때 받은 반지로 스리랑카산 18캐럿(4.5g) 블루사파이어다. 빌린 것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결혼식 때 썼던 티아라(왕관 모양 머리 장식)였고 새것은 신부 부모가 선물한 나뭇잎 모양의 다이아몬드 귀고리다. 낡은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호텔에서 사원까지 타고 간 롤스로이스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런던=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