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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가격 인상” 발표했다가 4시간반 만에 “철회” 해프닝

입력 | 2011-05-02 03:00:00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업체인 E1이 4시간 반 만에 가격 인상 결정을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LPG 업계에서 ‘정부가 압력을 넣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산업계는 “정부의 시장 왜곡이 도를 넘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E1은 지난달 30일 오후 5시경 “가격 동결에 따른 미반영분이 500억 원가량 누적됐고 국제 LPG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5월 1일부터 프로판과 부탄가스 공급가격을 kg당 69원씩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오후 9시 30분경 돌연 태도를 바꿔 “내부 논의를 다시 한 끝에 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PG 업계는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따라 2월부터 석 달간 가격을 동결해 왔다. 한 LPG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LPG 가격을 올리지 말고, 인상분은 향후에 분산 반영하라’고 지시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 때문에 E1이 이날 가격 인상을 철회한 것도 정부의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1의 결정에 따라 SK가스도 kg당 75원가량 가격을 인상하려던 방침을 철회했다. SK가스는 올해 1월 프로판 및 부탄가스 공급가를 올린 후 2∼4월은 동결했다.

업계에서는 LPG 가격이 kg당 70원 오르면 하루에 150km 정도를 뛰는 개인택시 기준으로 하루 약 1000원 정도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5월 국내 LPG 공급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4월 LPG 수입 가격이 전달에 비해 프로판은 t당 55달러(약 5만8850원), 부탄은 30달러 올라 LPG 업계는 “이젠 가격을 동결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E1의 가격 미반영분(국제 가격 인상분 등을 공급가에 반영하지 못한 것)이 지난해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인 550억 원과 맞먹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발적으로 가격을 동결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에 앞서 국내 4대 정유업체는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박에 따라 4월 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를 L당 100원씩 인하했다. 업체에 따라 1000억∼3000억 원의 손실을 감수한 조치였다. 통신업계도 청소년 요금제를 위시한 일부 요금제의 가격을 내렸고, 추가 인하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이어지자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기업에 지나치게 물가 안정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생필품이나 LPG가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업이 손실을 보면서까지 가격을 동결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