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그리고 아빠…‘체포왕’출연작 중 형사·건달 역할이 20% 하하…성폭행범 응징에 여성관객들 응원 큰 힘막내딸 깜짝 출연, 아빠와의 추억 선물했죠
영화 ‘체포왕’에서 또 경찰 역을 맡은 박중훈. 그는 그동안 경찰을 연기한 것이 벌써 6번째 이다.
41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이번이 형사 역만 여섯 번째다. 여기에 건달이나 조폭 등을 합하면 그의 필모그래피 중 약 20%가량은 범죄가 소재가 되는 작품이다. 스크린서 형사를 연기하면서 그들의 일상을 취재하는 것도 이젠 익숙한 일이 됐다. 1993년 ‘투캅스’ 이후 7편에 한 편 꼴로 맡은 형사 캐릭터 덕분이다.
“경찰 취재만 18년이다. 정말 (경찰관들이)이젠 식구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작품마다 캐릭터의 색깔은 다르기 마련. “형사와 깡패의, 코미디와 액션을 오가고 있다”고 말하는 배우 박중훈이나 관객에게 그 다른 색깔은 또 명징하게 남아 있다.
● 관록과 노련미, 그리고 프로
배우에게 ‘경쟁’이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때론 상대 배우와 연기를 두고, 또 때론 다른 작품과 흥행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그렇다면 박중훈과 같은 노련한 프로페셔널은 작품의 흥행 가능성을 어떻게 예측할까.
“충무로에서 내공을 지닌 배우들치고 스크린 속 자기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하는 그는 다른 이들이 자기 영화를 보고 건네는 인사로 작품을 평가하곤 한다.
“남들이 ‘이거 대박감인데’, 혹은 ‘대박나세요’라고 말하면 대충 감이 온다.”
그는 연예계의 ‘파워 트위터리언’이다. 요즘 자신의 트위터로 전해오는 특히 많은 여성 관객들의 응원에 힘을 얻고 있다. “영화 속 성폭행범에 대한 응징에 여성 관객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응의 농도는 ‘깡패 같은 애인’이나 ‘게임의 법칙’,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같은 작품이 짙었고, ‘투캅스’ 등도 호응의 파워가 꽤 컸다”고 돌아보는 박중훈의 얼굴은 자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 아빠 그리고 배우
그는 ‘체포왕’에서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한 가지 남겼다. 바로 자신의 막내딸과 함께 연기한 것이다. 세 남매를 둔 그는 원래 ‘체포왕’에서는 사춘기에 접어둔 큰딸을 둔 형사로 등장할 예정이었다.
“이제 열여섯 살이 된 아들과는 축구경기를 보러 갔다가, 둘째인 큰딸과는 농구경기를 보러 갔다가 함께 사진이 찍혀 인터넷에 퍼졌다. 하지만 막내와는 그런 게 없었다. 배우인 아빠로서 추억의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렇다면 막내딸의 배우로서 가능성은?
“셋 중에서 가장 많은 것 같다. 하하! 소질과 의지를 모두 지니고 있어 배우가 되고 싶다면 허락하겠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없어도 안 된다.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어야 배우로서 살아가는 데 불행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가 벌써 딸을 배우로 키워낼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보통의 아이로 자라나야 보편적인 정서를 갖게 될 것 아니냐”고 말하는 그가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하는 말은 적어도 “본인이 원한다면”이라는 전제를 괄호 속에 넣어둔 것일 뿐이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