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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구리가 금값” 지붕 빗물받이까지 훔쳐가

입력 | 2011-05-02 03:00:00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구릿값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렇다 할 직업 없이 내연녀의 집에 얹혀살던 송모 씨(46)의 귀에 솔깃한 뉴스가 들려왔다. 구릿값이 오르고 있다고 하니 고물이라도 구해 팔면 용돈벌이는 될 것 같았다.

송 씨는 주택가 건물 외벽이나 지붕에 설치돼 있는 구리로 된 빗물받이를 몰래 뜯어다 팔기로 하고 집에서 펜치와 마대 등 작업도구를 챙겨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서울 강북구에 있는 내연녀의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마포구 일대를 범행 장소로 정했다. 인적이 드문 새벽녘에 송 씨는 어둠을 틈타 담을 넘은 뒤 남의 집 지붕에 붙어 있는 빗물받이를 펜치로 뜯어냈다. 송 씨는 이런 식으로 올해 2월 말부터 서울 마포구 연남동 윤모 씨(69·여)의 집 등 6곳에서 총 140만 원 상당의 빗물받이를 훔쳤다. 그러나 막상 송 씨가 손에 쥔 돈은 11만2000원에 불과했다. 훔친 빗물받이를 고물상에 내다팔면 kg당 8000∼9000원밖에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1일 송 씨를 절도혐의로 구속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또 다른 피해 사례가 있는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