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응고방식-고추장 원료 등 설전… 좁은 내수시장 놓고 흠집내기 기승
연 2조 원대의 우유시장은 1위 서울우유에 이어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2위 싸움을 치열하게 벌여 왔다. 특히 고부가가치 시장인 분유 부문은 출산율 하락 여파로 연 4000억 원대에 육박했던 내수시장이 최근 2000억 원대로 쪼그라들면서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식으로 상대에 대한 비방과 흠집 내기가 과거보다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포르말린 사료 논란이 불거진 뒤 개장한 지난달 29일 주식시장에서 매일유업 주가는 13.5%나 폭락한 반면 다른 업체의 주가는 오른 것이 이런 상황을 잘 보여 준다.
좁은 내수시장을 놓고 벌이는 식품업체들의 이전투구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파리바게뜨 ‘쥐식빵’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SPC그룹은 문제의 빵이 경쟁업체인 CJ푸드빌의 뚜레쥬르 가맹점주가 개인적으로 벌인 자작극임이 밝혀진 뒤에도 “개인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사실상 CJ 측을 배후로 제기했다. 국내 제빵업계를 양분하는 두 회사는 과거에도 서로의 빵 생산방식 등을 폄하하는 등 설전을 벌여 왔다.
이에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 대상이 자사의 조미료 ‘쇠고기 다시다’와 이름이 비슷한 ‘쇠고기 진국 다시’라는 제품을 내놓자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국내 고추장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두 회사는 지난해 고추장 원료를 놓고 한바탕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양강 구도가 확고한 맥주, 소주 등 주류업계도 자사 관련 악재가 터지면 그 배후로 경쟁사를 지목하는 ‘네 탓’ 관행이 일반적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시장의 작은 파이를 두고 벌이는 소모적인 싸움을 접고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업체들이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