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① 여고생, “샐러드 바만 집중공략”고3, “피자보단 삼계탕 나왔으면…”
고교생들이 급식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건 ‘메뉴’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식단표’를 출력해 책상 위나 교실 뒤편에 붙여 놓는다. 사진은 서울 하나고 교내식당.
학교급식.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고교생에겐 성적만큼이나 중요하다. 일부 학생들은 진학할 고교를 선택할 때 급식을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삼을 정도. 일부 고교에선 급식으로 작은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학교급식을 둘러싸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1. 지난달 28일 정오, 자율형사립고인 서울 하나고. 학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260여석 규모의 교내식당으로 향했다. 이날 급식메뉴는 △오곡잡곡밥 △쇠고기무국 △닭볶음탕 △배추무침 △어묵조림 등 총 5가지. 여기에 더해 학생들은 따로 마련된 ‘샐러드 바’에서 샐러드와 배추김치를 가져갔다.
재학생 전원이 기숙사생활을 하는 이 학교에선 특히 아침에 샐러드 바의 인기가 치솟는다. 깜박 늦잠을 잤을 경우 샐러드 바에 마련된 샐러드와 과일 등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울 수 있기 때문.
#2. 지난달 27일 정오, 서울 중앙고.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학생들이 600여석 규모의 교내식당으로 들어섰다. 이날 급식메뉴는 △마파두부 △군만두 △콘 샐러드 △배추김치 △음료수 등 총 5가지. 이중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메뉴는 군만두. 일부 학생은 “군만두를 더 달라”고 배식담당자에게 말했지만, 배식담당자는 “정해진 양이 있다”며 학생당 군만두 세 개씩을 공평하게 나눠줬다.
이날 식당에서 만난 고3 허모 군(18)은 “급식의 양과 맛은 만족스럽다”면서 “고3이 된 후엔 맛보단 영양에 신경이 쓰인다. 매일 식단표를 살펴보면서 포함된 영양소와 칼로리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여고생들은 급식을 먹을 때도 다이어트에 신경을 쓴다. 이런 이유로 돼지고기보다 그 속에 포함돼 있는 떡이 더욱 인기를 끌기도 한다.
○ 남학생은 ‘고기반찬’, 여학생은 ‘부속물’이 인기
고교생들이 급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메뉴’다. 소시지나 장조림 같은 ‘고기반찬’은 남녀학생을 불문하고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일반적으로 상급학년보다 10분 정도 점심을 늦게 먹는 고1도 인기메뉴가 나오는 날만큼은 대범해진다. 일부 1학년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며 차례를 기다리는 척하다가 2, 3학년 무리에 몰래 끼어들어 급식을 먹기도 한다.
○ 고교생들의 새로운 필수 아이템 ‘식단표’
급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단표’가 고교생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 됐다. 대부분 학생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식단표를 출력해 책상 위나 교실 뒤편에 붙여놓는다. 식단표를 확인하고 스스로 점심메뉴를 ‘선택’하는 학생도 있다. 고3 김모 군(18)은 매일 등교 전 식단표를 꼼꼼히 살펴본다. 그가 싫어하는 ‘꽁치김치조림’이나 ‘생선구이’가 주요 급식메뉴인 경우, 집에서 부모님 몰래 컵라면 하나를 챙겨가 급식을 대체한다. 김 군은 “대입 준비에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탓에 원치 않는 메뉴를 먹을 경우 종종 소화불량증세가 나타난다”면서 “가끔 선생님으로부터 ‘편식을 한다’고 꾸중을 듣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교생들이 원하는 급식메뉴는 뭘까? 여기에도 학년별로 차이가 있다. 고1, 2가 바라는 급식메뉴로는 피자, 치킨 등 단순히 맛을 위주로 한 ‘인스턴트식품’이 대세다. 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코앞에 둔 고3은 삼계탕, 추어탕 등 ‘보양음식’이 나오길 희망한다.
○ 즐거운 급식을 위한 깜짝 이벤트
하지만 매일 같이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 이에 일부 고교는 학생들의 즐거운 급식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한다.
서울 하나고는 매달 한 번씩 특별 이벤트를 연다. ‘블랙 데이’(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 때 선물을 받지 못한 남녀가 자장면을 먹는 날)였던 지난달 14일엔 급식메뉴로 자장면이 출현한 것은 기본. 지난달엔 ‘봄나물 알아 맞추기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급식으로 나온 봄나물 다섯 가지의 이름을 모두 맞춘 학생에게 파이 등 간식거리를 주는 것.
이 학교 2학년 정모 군(17)은 “한 친구는 이름을 알아 맞춘다며 몰래 조금씩 나물 하나하나를 기숙사로 가져가기도 했다”면서 “봄나물 이벤트를 통해 평소엔 즐기지 않았던 나물들을 재미있는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