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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원 ‘빅앤트’ 대표 “아버지 후광? 가장 듣고싶지 않은 말”

입력 | 2011-05-03 03:00:00

세계적 광고제서 3년 연속 수상




세계 광고제 ‘뉴욕 원쇼’에서 옥외부문 메리트상을 받은 작품 ‘재떨이’.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이 재떨이는 담배꽁초를 버리면 담배의 성분이 녹아내리며 점점 갈색으로 변한다. 서울 중구 두산타워 광장에 설치돼 있다. 빅앤트인터내셔널 제공

부리부리한 눈, 빡빡머리의 박서원 빅앤트인터내셔널 대표(32)는 강한 첫인상과는 달리 조곤조곤한 말소리의 젊은이였다. 큰 눈매와 긴 얼굴이 아버지 박용만 ㈜두산 회장을 닮았다. 그가 이끄는 광고회사 빅앤트인터내셔널은 이번에 세계 3대 광고제로 꼽히는 ‘뉴욕 원쇼(One Show) 페스티벌’에서 3년 연속 수상 기록을 세웠다. 회사 설립 5년 만에 거둔 실적이 놀랍다. 2009년 첫 상을 탄 후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 놀기만 한 문제아”였다고 털어놓았던 그는 이번에는 “반항아는 아니다”라며 정색을 했다. 하기 싫은 것(공부)을 하지 않았을 뿐 부모님한테 말대꾸 한 번 안 했고 사고 쳐서 부모님이 학교 오게 한 적도 없다는 것.

그는 나이트클럽에 가서 놀려고 새벽에 건설현장에서 벽돌을 나르고 클럽이 싫증날 무렵엔 훌쩍 여행을 떠났다. 머리를 민 것, 한쪽 귀를 뚫은 것, 팔뚝에 문신(‘빅앤트인터내셔널’을 새겼다)을 한 것 모두 두산 일가로서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도망치듯 떠난 미국 유학에서도 놀러 다닐 용돈을 벌기 위해 접시닦이, 세차장 직원 등 밑바닥 아르바이트를 찾아 했다고 한다.

빅앤트인터내셔널의 박서원 대표가 팔뚝에 새긴 회사 상호 문신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동료들이 하나둘 따라 하다 보니 국내 직원 20명 모두 팔뚝 문신을 하게 됐다”며 “상호를 잘 지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잘나가는 아버지와 사촌 형제들, 그리고 두산 일가의 일원이라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었을까. 그는 “빅앤트를 처음 시작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졌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패하면 남들의 몇 배나 되는 구설에 오를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 자신이 있었다. 자신감의 원천은 자신도 잘 모른다. 그는 “성적이 바닥을 쳐도 ‘다음에 잘하면 된다’며 끝없이 믿어주고,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당위보다 ‘즐거운 것을 하라’고 북돋아주던 부모님 덕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아버지의 후광 덕에 잘나간다”는 말을 듣기 싫어했다. 2009년 첫 상을 받았을 때 그가 박용만 회장의 장남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아버지에게도 광고제에서 상을 15개 받을 때까지 트위터에 아들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정체(?)가 알려진 건 지난해 뉴욕 원쇼에서 2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고 난 뒤다.

‘오너 일가’라는 혜택에 편승해 편하게 갈 수 있는데 왜 ‘맨땅에 헤딩’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게 재미있으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본인이 바닥부터 부딪쳐서 만들어가고 성과를 이루고 인정받는 과정이 도전이고 재미라는 얘기다.

돈이 많으니 뭐든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돈이 많다’는 생각부터 편견이란다. 그는 주식 가치가 높은 것이지 돈이 많은 게 아니고, 그 주식은 본인이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전 태어난 거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내 것이 아니죠. 제 건 여기서(빅앤트) 번 것이고, 저는 여기서 번 만큼만 딱 쓰는 거예요.”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