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광고제서 3년 연속 수상
세계 광고제 ‘뉴욕 원쇼’에서 옥외부문 메리트상을 받은 작품 ‘재떨이’.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이 재떨이는 담배꽁초를 버리면 담배의 성분이 녹아내리며 점점 갈색으로 변한다. 서울 중구 두산타워 광장에 설치돼 있다. 빅앤트인터내셔널 제공
그는 나이트클럽에 가서 놀려고 새벽에 건설현장에서 벽돌을 나르고 클럽이 싫증날 무렵엔 훌쩍 여행을 떠났다. 머리를 민 것, 한쪽 귀를 뚫은 것, 팔뚝에 문신(‘빅앤트인터내셔널’을 새겼다)을 한 것 모두 두산 일가로서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도망치듯 떠난 미국 유학에서도 놀러 다닐 용돈을 벌기 위해 접시닦이, 세차장 직원 등 밑바닥 아르바이트를 찾아 했다고 한다.
빅앤트인터내셔널의 박서원 대표가 팔뚝에 새긴 회사 상호 문신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동료들이 하나둘 따라 하다 보니 국내 직원 20명 모두 팔뚝 문신을 하게 됐다”며 “상호를 잘 지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그는 “아버지의 후광 덕에 잘나간다”는 말을 듣기 싫어했다. 2009년 첫 상을 받았을 때 그가 박용만 회장의 장남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아버지에게도 광고제에서 상을 15개 받을 때까지 트위터에 아들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정체(?)가 알려진 건 지난해 뉴욕 원쇼에서 2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고 난 뒤다.
‘오너 일가’라는 혜택에 편승해 편하게 갈 수 있는데 왜 ‘맨땅에 헤딩’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게 재미있으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본인이 바닥부터 부딪쳐서 만들어가고 성과를 이루고 인정받는 과정이 도전이고 재미라는 얘기다.
돈이 많으니 뭐든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돈이 많다’는 생각부터 편견이란다. 그는 주식 가치가 높은 것이지 돈이 많은 게 아니고, 그 주식은 본인이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전 태어난 거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내 것이 아니죠. 제 건 여기서(빅앤트) 번 것이고, 저는 여기서 번 만큼만 딱 쓰는 거예요.”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