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의 古城 옮겨 놓은듯”… 서울 강남의 초호화 예식장
지난주 열린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결혼식장 묘사가 아니다. 국내 한 업체가 최근 서울 강남에 문을 연 대한민국 상위 0.1% ‘귀족’을 위한 예식장의 모습이다. 예식장 옆엔 300석 규모의 회원 전용 공연장도 있다. 연회비만 1000만 원. 이달 초 열리는 첫 공연에는 유명성악가 조수미 씨가 무대에 선다.
반응은 제각각. 부자가 돈을 ‘펑펑’ 써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평가와 함께 ‘하늘을 찌르는 졸부 근성’이라는 비난도 있다. 여하튼 한국사회 양극화의 한 단면임은 부인할 수 없다.
○ ‘중세 귀족처럼 결혼하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 사거리에 위치한 초호화 예식장 ○○은 고대나 중세시대 유럽의 고성을 본떠 만들었다. 안에는 예식장과 함께 공연 홀, 스파, 전시관 등이 있고 뷰티클리닉, 웨딩 아케이드, 레스토랑도 들어설 예정이다. 한마디로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고 업주 측은 말했다.
3년여간 약 2000억 원을 들여 지상 4층 규모(대지 1800여 평)로 지난달 30일 개관한 이곳은 초호화 내장재로 장식됐다. 4층 전체 바닥엔 m²당 50만∼100만 원인 이탈리아산 고급 대리석 트래버틴을 깔았다. 외벽은 트래버틴과 가격이 같은 프랑스의 부르고뉴석 2000여 t을 직접 공수해 장식했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 등 최고급 건물에 쓰인 고급 석재다. 곳곳에 설치된 샹들리에는 개당 3000만∼5000만 원. 예식 홀, 공연 홀에 사용된 전등은 대부분 오스트리아 명품 크리스털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사 제품이다.
프랑스 고성의 우아한 무늬가 살아 있는 신부대기실의 목문 가격은 비공개. 최고가인 하객 1인당 30만 원 선으로 결혼식을 치르면 코스 요리에 푸아그라 캐비아 트뤼플 등 세계 3대 진미가 제공된다. 버섯 요리인 트뤼플은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서 생산되는 흰색과 프랑스 페리고르 지역에서 나는 검은색 두 종류가 있으며 kg당 보통 500만∼1000만 원을 호가한다.
○ 세계적인 파인아트 아티스트 제니퍼 펄뮤터가 실내 장식
최근 서울 강남에 등장한 초호화 예식장 내부. 고대 그리스 신전을 본뜬 테라스(위)에는 정원이 갖춰져 있어 각종 연회를 즐길 수 있으며 예식홀(아래) 바닥은 이탈리아 트래버 틴석, 벽은 호주산 벽돌로 꾸며졌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 모든 행사를 치르는 데 드는 돈은 하객 1인당 8만∼30만 원 선. 1000명 기준으로 할 때 8000만∼3억 원이 소요된다. 업체 관계자는 “1인당 8만 원은 연출비 꽃 부대행사 등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오직 밥만 먹는 것”이라며 “실제로는 20만∼30만 원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10%의 부가가치세와 봉사료 10%가 별도로 붙는다. 기타 잡비까지 포함하면 한 번 예식에 보통 4억 원 가까이 들어간다. 웬만한 서울 아파트 한 채가 하루 예식 값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 긍정적? 부정적?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소비는 개인 자유지만 사회적으로는 건강하지 못한 현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소득 차가 이미 벌어진 상태에서 부자의 소비를 억제하면 경제 전체가 위축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9년 총 소득신고금액 90조2000억 원 중 상위 20%가 총 금액의 71.4%인 64조4000억 원을 납부했다. 이는 사회가 20 대 80의 양극화 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부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일부 중산층만 상류층으로 이동하고 나머지 중산층은 서민층으로 떨어진 것”이라며 “부자마케팅의 활성화는 아래 계층과는 단절된 그들만의 리그가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자마케팅이 일반인에게는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일종의 모방심리를 자극해 소비시장을 활성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