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극 ‘미드썸머’ 연출★★★ 대본★★★☆ 연기★★★ 무대★★★
헬레나(예지원·왼쪽) 와 밥(서범석)의 좌충 우돌을 그린 2인극 ‘미드썸머’의 관극 포인트는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 어른들의 놀이에 동참하는 것이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제
축제가 한창인 영국 에든버러. 하지만 만으로 꾹꾹 눌러 서른다섯 노처녀 변호사인 헬레나(예지원)는 외롭기만 하다. 1년 중 가장 밤이 짧은 하지(夏至) 전날 데이트 상대에게 바람을 맞고 우울함이 극에 달한 헬레나는 술집에서 남자를 유혹해 뜨거운 밤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 대상으로 점찍은 상대는 동갑내기 이혼남이자 조직폭력배 똘마니인 밥(서범석).
두 사람은 만취 상태에서 뜨겁게 밤을 보내고 헤어지지만 다음 날 오후 우연히 만나 다시 하루를 함께 보내기로 한다. 이날 마침 생일을 맞은 밥은 은행에 입금하기로 한 보스의 돈을 다 써버리기로 작정하면서 파티는 더욱 달아오른다. 성격도 살아온 삶도 판이하게 다르지만 변화를 갈구한다는 점에선 비슷한 두 사람은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짧은 일탈을 좀 더 길게 가져가기로 결심한다.
배우들이 직접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다양한 소품을 사용하는 이 연극은 전반적으로 아기자기한 수채화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끊는 튀는 대사는 번역극이 갖는 한계다. 가령 다음 날 아침 숙취 상태의 헬레나가 “내 숙취가 개라면 똥개, 내 숙취가 영화라면 4시간짜리 프랑스 영화”라고 노래하는 부분은 의역이 지나치다는 느낌을 줬다. ‘대략난감’ 같은 유행어의 사용은 30대 중반의 주인공에겐 어울리지 않았고 ‘×밥’ ‘씨××’ ‘개×××’ 등의 비속어도 튀는 느낌을 줬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밥 역에 서범석 씨와 뮤지컬 배우 이석준 씨가 번갈아 출연한다. 5만 원. 6월 12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1588-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