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타선에 울고 웃는 선발투수들
LG 투수 박현준(왼쪽), 투수 혼자 잘 던진다고 이길 수는 없다. 팀 타선이 도와줘야 한다. 오릭스 박찬호는 4월 29일 라쿠텐전에서 8이닝 3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타선이 침묵해 완투패를 당했다.(오른쪽)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KIA 로페즈는 지난 시즌 대표적인 악동이었다. 2009년 14승(5패)으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던 그는 지난해 4승(10패)에 그쳤다. 성적도 추락했지만 더그아웃에서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돌출행동으로 구단의 징계를 받았다. 비난받을 행동이었지만 로페즈로서는 속이 터질 만도 했다.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12차례나 한 그에게 4승이 성에 찰 리 없었다. 그가 등판할 때면 침묵하는 타선이 문제였다.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선발투수가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 팀 타선이 뽑아준 점수를 9이닝으로 환산한 수치를 득점 지원(Run Support·RS)이라고 한다. 지난해 로페즈가 선발 등판했을 때 RS는 3.49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15명 가운데 가장 낮았다. 지난해 로페즈의 평균자책은 4.66. 얼핏 두 수치를 비교해 봐도 승수보다 패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올 시즌 로페즈는 달라졌다. 팀과 재계약하면서 돌출행동 금지를 약속하기도 했지만 타선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에 아직까지는 아쉬울 게 없다. 2일 현재 그의 RS는 6.30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높아졌다. 로페즈는 올 시즌 승리할 때마다 “타자들을 믿고 편하게 던졌다”고 말한다. 타선의 든든한 지원 덕에 자신도 최고의 투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LG의 새 에이스로 떠오른 박현준은 더 극적이다. 그가 마운드에 설 때 팀 타선은 9이닝당 8.80점을 뽑아줬다. 웬만해선 지기 어렵다.
반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박찬호는 불운하다. 3경기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하며 평균자책 2.49로 잘 던졌지만 1승(2패)만 거뒀을 뿐이다. RS가 2.08에 불과한 때문이다. 한화 류현진(2승 4패)도 마찬가지다. 그가 등판할 때 팀 타선은 고작 9이닝 기준 2.61점을 얻어줬다. 박찬호와 류현진은 최근 팀 타선의 부진으로 각각 3실점, 2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타선의 침묵으로 완투패를 당하기도 했다. 삼성에서 넥센으로 팀을 옮긴 나이트(1승 3패)는 평균자책 2.27로 이 부문 4위지만 그가 등판한 5경기에서 팀 타선은 고작 6점을 얻었다. RS가 1.71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웬만해서는 이기기 어렵다. 방망이는 믿을 수 없다고 하지만 ‘복불복’ 타선에 투수들은 울고 웃는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