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도 놀란 부산저축銀 불법-탈법 6가지 사례
《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저축은행의 탈을 쓴 ‘부동산 투기꾼’이었다. 검찰도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실체를 ‘전국 최대 규모의 건설 시행사’로 규정하면서 “도저히 금융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향후 수사를 통해 불법 대출과 분식회계에 관여한 저축은행 임직원, 회계법인 관계자들을 추가로 기소하고, 금융당국의 책임소재도 가리기로 했다. 검찰이 밝힌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주요 불법 및 비리 사례를 정리했다. 》
① 페이퍼컴퍼니 120곳 세워 독립사업체인 것처럼 위장
상호저축은행법은 저축은행이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제조업에 진출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부산저축은행그룹은 2001년부터 법망을 피해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 등 경영진은 대부분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독립사업체인 것처럼 위장했다. 임직원과 지인의 명의를 빌려 SPC 120곳을 세웠고, 4조5942억 원을 불법 대출해줬다. 고객 돈 9조1954억 원 중 절반을 빼내 부동산 투기에 동원했다.
② 사업성 검토 없이 막가파식 투자… 99곳이 부실영업
투자결정은 매일 오전 박 회장과 김양 부회장, 김민영 부산·부산2저축은행 대표 등이 참여하는 임원회의에서 이뤄졌다. 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부산저축은행 영업 1∼4팀 소속 직원 16명이 SPC 120곳의 법인 인감과 통장을 관리하며 대출해줬다. 골프장, 납골당, 태양광발전, 운전학원, 캄보디아 공항 등의 사업에도 손을 댔다. 사업성 검토가 부실하다 보니 지난해 말 현재 120곳 중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된 곳은 21곳(17.5%)에 불과했다. 올해 2월 영업이 정지된 이후에는 사업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③ 대주주-친인척에 7500억 무담보 대출 ‘사금고’ 역할
④ 장부조작 일삼아 대우사태 이후 최대규모 분식회계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장부를 조작하는 분식회계도 저질렀다. 검찰은 2008년 7월부터 2년간 2조4533억 원을 분식회계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2003년 세상을 놀라게 했던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분식회계 규모가 1조590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검찰이 2008년 6월 이전 분식회계 규모까지 파악할 경우 41조 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우사태 이후 최악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⑤ 빈털터리 상태서 예금보호 안되는 후순위채권 판매
빈껍데기만 남은 저축은행을 우량한 것처럼 속여 고객 2947명에게 1132억 원어치의 후순위 채권을 팔았다. 후순위 채권은 예금보호대상이 아니어서 대부분 손실이 불가피하다. 부산저축은행은 가짜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1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이 500억 원씩 증자에 참여했다. 두 곳은 부산저축은행 부실로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주주들은 거액의 배당금과 연봉을 챙겼다. 2005∼2010년 박 회장 등 대주주 경영진 4명은 총 640억 원의 배당금 가운데 329억 원, 연봉과 상여금은 191억 원을 각각 챙겼다.
⑥ 회삿돈 44억5000만원 횡령해 회장 개인빚 갚아줘
박 회장 개인 채무 44억5000만 원을 부산·부산2저축은행이 대신 갚아준 정황도 포착됐다. 다른 곳에 200억 원을 대출해주면서 44억5000만 원을 떼어내 채무를 변제한 것이다. 박 회장은 영업정지 전 부인의 명의로 된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1억7100만 원을 빼갔다. 영업정지 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린 정황도 발견됐다. 박 회장은 영업정지 직후 자신의 임야가 압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친구 명의로 10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했고, 김양 부회장은 영업정지 전후 주식 계좌에서 수억 원의 현금을 빼서 친척에게 줬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