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B 203명 투자자패턴 설문조사… ‘대박꿈 다걸기’보다 안정적 수익에 관심
최근 코스피가 2,200 선을 넘어서는 활황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자금이 증시로 유입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PB센터는 ‘아파트를 팔았다’거나 ‘전세금을 올려 받았다’며 뭉칫돈을 싸들고 와서 증시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0%대의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데 관심이 높아 ‘대박의 꿈’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3∼6개월짜리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 악재가 터지거나 분위기가 급변할 경우 증시에서 자금이 일제히 빠져나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 “나도 주식 직접투자 나서 볼까”
동아일보 경제부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씨티은행과 대우 삼성 우리투자 한국투자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 하나대투 대신 HMC KB투자증권 등 15개 금융회사의 PB 203명을 대상으로 ‘투자자금 동향’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올 들어 신규로 증시에 들어온 투자자 중 절반이 넘는 51.7%가 ‘목돈의 출처가 부동산’이라고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 10명 중 절반 이상이 부동산 자금을 증시로 옮기고 있는 것. 서울 강남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54.7%로 비중이 더 높아졌다.
김인응 우리은행 잠실투체어스센터장은 “보유한 주택을 팔아서 금융상품으로 돌리고 싶지만 집이 팔리지 않아 고민하는 고객도 많다”며 “예금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에 자문형 랩 상품 등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자금의 성격(중복 응답)은 보유했던 주택(아파트)을 판 자금이 49.5%로 가장 많았다. 올려 받은 전세금(28.6%)과 보유했던 땅을 판 자금(28.6%),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땅이나 아파트를 판 자금(8.6%)이 뒤를 이었다. 강남과 강북을 나누면 강남에서는 보유했던 주택(아파트)을 판 자금, 올려 받은 전세금, 보유했던 땅을 판 자금 순이었지만 강북에서는 전세금보다 땅을 판 자금이 앞섰다. 아무래도 전세금 상승폭이 강남과 목동 등 일부 지역에서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금융상품과 PB들이 추천하는 상품의 우선순위는 달랐다. 증시가 뜨면서 투자자들은 1순위 투자상품으로 주식 직접투자(37.4%)를 가장 많이 꼽았고, 종합자산관리계좌(랩어카운트·26.6%), 국내 주식형펀드(13.8%), 주가연계증권(ELS)과 DLS 등 파생상품(8.9%)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PB들은 종합자산관리계좌(29.1%)를 가장 많이 추천했고 주식 직접투자(25.6%), 국내 주식형펀드(22.7%), ELS·DLS 등 파생상품(16.3%) 순으로 추천했다. 은행권에서는 고금리 예금상품을 주요 상품으로 추천했지만 증권사에서는 거의 추천하지 않았다. 박용선 SK증권 역삼역지점 영업부장은 “거액을 한 종목에 ‘다걸기’하는 투자자도 있다”며 “분산투자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라고 조언은 하고 있으나 잘 듣지 않는 투자자가 많다”고 전했다.
○ “투자기간은 짧게”
흔히 증시에 투자할 때는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대박’을 꿈꾼다. 하지만 목돈을 투자하는 ‘큰손’들은 74.8%가 ‘10% 이상 20% 미만’의 투자수익률을 기대했다. ‘10% 미만’이라는 대답도 6.9%였다. 10명 중 8명가량이 10%대 이하 수익률에 만족한다는 뜻이다. ‘20∼50%’의 기대수익률은 16.3%, ‘50∼100%’는 1.5%였다.
이런 기대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올리려면 장기투자를 해야 하지만 투자자들은 대부분 ‘단기 상품’에 관심이 높았다. ‘3∼6개월짜리 단기상품을 찾는 투자자가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은 71.9%였다. 표성진 미래에셋증권 압구정지점 차장은 “채권 위주 단기상품을 찾는 고객들은 향후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기다리는 고객”이라며 “주가가 흔들릴 때 자금이 빠질 우려도 있지만 대기자금들 중 그때를 기회로 증시에 들어갈 자금도 많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