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형목욕탕 43곳중 7곳 ‘부적합’ 판정… 특수탕은 점검기준도 없어
몸에 좋다는 녹차탕이나 쑥탕 등 입욕제를 첨가한 특수탕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소는 몸에 좋다는 입욕제를 넣어 특수탕이 건강에 좋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물에서 대장균이 검출되는 등 관리 실태는 엉망이었다. 게다가 목욕탕 수질을 관리해야 하는 서울시와 자치구는 관계 법령인 공중위생관리법에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특수탕에 대한 수질 점검을 정기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 서울 목욕탕 6곳 중 1곳이 부적합
서울시 공중위생과가 최근 시내 대형목욕탕 43곳의 특수탕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7곳(16.3%)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들 목욕탕에서는 대장균군이 검출된 데 이어 수질 오염의 척도가 되는 과망간산칼륨 소비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시가 올 2월 실시한 일반 욕조수 수질검사에서 95개 목욕탕 가운데 5곳(5.3%)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일반탕에 비해 특수탕 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길혜경 연구사는 “대장균군이 검출된 물을 실수로 마실 경우 설사나 복통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직접적으로 인체에 피해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대장균군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수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현재 욕조수 수질관리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대장균군이 mL당 1개 이하로 검출돼야 한다. 유기물질을 분해하는 데 사용되는 산소량을 나타내는 과망간산칼륨 소비량은 L당 25mg 이하여야 한다.
○ “기준 없다”며 손 놓고 있는 당국
문제는 목욕탕 위생 점검을 실시하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입욕제를 첨가한 특수탕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에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정기 점검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이번 특별점검 전까지 시나 자치구는 정기적으로 특수탕의 수질 검사를 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번 점검은 특수탕 수질이 나쁘다는 민원에 따라 특별히 실시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