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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관 쓰고 대못 박힌채… 50대男 ‘십자가 주검’ 미스터리

입력 | 2011-05-04 03:00:00

문경 채석장서… 못박히는 방법 적은 메모지등 발견
경찰, 광신도나 사이코패스 살해-자살 가능성 수사




택시운전사 김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장소인 경북 문경시 둔덕산. 사진 가운데에 김 씨가 못박혔던 십자가 모양의 나무틀이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제공

50대 남자가 마치 예수가 처형당할 때처럼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일 경북 문경경찰서에 따르면 1일 경북 문경시 둔덕산에서 택시운전사 김모 씨(58·경남 창원시 성산구)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둔덕산 8분 능선 해발 970m 지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을 당시 열 십(十)자 모양의 나무틀(십자가)에 예수가 처형당할 때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머리에는 가시관을 쓰고 겹쳐진 두 발에는 대못이 박혀 있었다. 양 손에도 못이 박힌 상태였다. 김 씨는 하의만 흰 속옷 차림이었다. 다리와 목도 십자가에 줄로 묶여 있었다. 오른쪽 옆구리에는 날카로운 흉기에 찔린 상처가 있었다. 현장에는 십자가 제작 설계그림과 몸을 때리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채찍과 나무를 잘라낸 토막 등이 함께 발견됐다.

십자가 앞에는 김 씨의 모습을 비추는 둥근 거울도 놓여 있었다. 현장에서 100여 m 떨어진 곳에 있던 김 씨의 차 안에서는 텐트 망치 드릴 칼과 십자가에 못 박히는 방법 등을 적은 메모지가 발견됐다.

시신을 확인한 의사에 따르면 발에는 못을 직접 박았으나 양 손의 경우 이미 박혀 있는 큰 못에 드릴로 구멍을 미리 뚫은 손을 끼워 넣은 흔적이 있었다.

이 지역은 이미 오래전에 문을 닫은 채석장으로 평소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다. 곳곳에 바위로 둘러싸여 사람의 접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십자가 제작도.

경찰은 김 씨에게 원한을 품은 광신도나 사이코패스가 김 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김 씨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자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김 씨가 기독교 신자로 추정되는 데다 시신이 발견된 1일이 부활절 주간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유족 및 주변인을 상대로 변사자의 최근 행적을 파악하는 한편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특정 종교에 관여한 적이 있어 사건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확인 중”이라며 “정확한 사인은 부검한 뒤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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