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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라덴 사살 이후]안팎으로 눈총 받는 파키스탄

입력 | 2011-05-04 03:00:00

“내 아내도 알카에다에 피살”… 자르다리 대통령 묵인설 부인




파키스탄이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의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은 빈라덴이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서 차로 1시간도 채 안 되는 군사도시인 아보타바드에 최소한 3년 이상 거주한 사실을 두고 “파키스탄의 암묵적 지원 없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알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미국의 빈라덴 제거 작전에 파키스탄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며 보복 테러를 다짐하고 있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은 2일 브리핑에서 “빈라덴은 이슬라마바드 외곽 아보타바드에서 포착됐다”며 “파키스탄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브레넌 보좌관은 “빈라덴이 숨어 있던 저택에는 18피트(약 5.5m)의 높은 벽과 철조망 울타리까지 쳐져 있었고, 내부 사람들은 부근 사람들과 거의 교류를 하지 않았다”며 “보통 집들과 확연히 다른 요새와도 같은 겉모습이었는데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파키스탄 내 지원 체제 없이 빈라덴이 요새와 같은 집에 오랜 시간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고까지 했다. 브레넌 보좌관은 “파키스탄 정부 내 수많은 사람 중에 누가 아보타바드의 빈라덴 소재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추측하지는 않겠다”며 “수도 바로 인근에 빈라덴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파키스탄과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파키스탄 영토 내에서 빈라덴 제거 작전을 전개했지만 파키스탄 당국에는 작전이 모두 끝날 때까지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군의 작전 중 헬기와 총격전 소리에 놀란 파키스탄군이 전투기를 출격시키기도 했다. 브레넌 보좌관은 “파키스탄군과 교전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2일 “파키스탄은 그를 추적하는 데 노력해 왔을 뿐 무장세력들을 보호하지 않았다”며 “빈라덴을 사살하는 미군의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르다리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나에게 있어 빈라덴에 대한 정의 실현은 정치적인 것일 뿐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라며 “그 테러리스트들(알카에다)이 우리의 위대한 리더이자 내 아이들의 어머니를 죽였다”고 말했다. 자르다리 대통령의 아내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파키스탄인민당 총재였던 2007년 12월 27일 총선을 2주 앞두고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당시 알카에다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