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털리 드윗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조정협력디렉터
이것이 필자의 심금을 울린 이유는 게이지 박사의 연구가 난치성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완전한 치료를 위한 주춧돌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 환자는 세계 인구의 1%에 이른다.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나의 할머니와 이모는 공포와 편집증에 사로잡혀 있었고, 뛰어난 지능을 자랑했던 그들의 병들어버린 뇌는 상황 판단을 마비시켜 기본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가족력으로 인한 정신질환 유전자의 화살이 다행히 필자를 빗나갔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암, 알츠하이머, 뇌중풍, 심장병 등 다른 만성질환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세기 동안 감염성 질환의 치료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것에 비해 완치가 어렵고 전체 사망률의 60%를 차지하는 만성질환에 대한 인식과 치료제 개발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가혹하게도 알츠하이머나 헌팅턴병 등의 만성질환은 시한부 선고이며, 이런 질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고통을 완화하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게이지 박사 등의 연구 성과는 이런 현실에 대항하는 만성질환 연구자에게 고무적인 질문을 던진다. 환자의 세포를 배양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면 어떨까? 배양한 환자의 세포 유전자와 여러 환경요인을 조합하여 질병 발생의 인과관계를 찾는다면 치료 및 예방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줄기세포 연구와 신약개발 기술을 융합하여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경쟁력을 십분 활용하여 줄기세포 연구를 신약 개발로 연계하겠다는 포부를 달성하기 위해 필자는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은 막대한 투자를 수반한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특수현미경과 로봇 설비를 사용, 유지, 보수하기 위한 비용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고, 이를 위해 필자도 여느 과학자들처럼 앞다퉈 연구비 지원을 신청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세계 연구자들과 공조할 때 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신약 개발의 꿈이 머지않았음을 확신한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차의과학대 줄기세포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제3차 줄기세포 국제심포지엄은 이를 가속화하는 초석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내털리 드윗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조정협력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