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체포왕’ 주연 이선균
로맨틱 가이의 이미지를 벗고 ‘찌질한’ 형사 캐릭터에 도전한 이선균.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편안하게 안기고 싶은 남자 이선균이 영화 ‘체포왕’에서 맡은 캐릭터는 우당탕탕 한바탕 구르고 앞뒤 안 가리는 좌충우돌 형사팀장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팀장인 그는 마포서 팀장 박중훈과 치열한 실적 경쟁을 벌이며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4일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선균은 “내가 생각해도 이번엔 많이 망가졌다”며 웃었다. 그를 떠올리면 소년 같은 이미지가 따라온다. 갸름한 얼굴선에 앳돼 보이는 외모는 지금까지 그를 유약하다는 선입견에 가뒀다. ‘파주’ ‘쩨쩨한 로맨스’ 등 영화에서도 주로 여성 취향의 ‘로맨틱 가이’ 역을 맡았었다.
이선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울림이 큰 목소리다. 안정적이고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는 많은 여성이 좋아하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콤플렉스다. “이런 목소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믿음이 가고 따뜻하게 느껴지지만 답답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죠. 악역이나 캐릭터가 센 배역을 맡는 데도 방해가 돼요.”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히 망가지기로 했다. 임찬익 감독에게는 좀 더 ‘찌질한’ 캐릭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정된 이미지로는 배우로서 오래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올해 나이 서른여섯. 얼마 뒤면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 배우인 부인 전혜진이 둘째를 가졌다.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연기 잘하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멀티 배우가 돼야겠죠. 의외로 비열한 악역이 잘 어울린다고도 해요.”
그와 박중훈이 범인을 쫓는 ‘아현동 추격신’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서울 아현동에서 찍은 이 장면에서 그는 좁은 주택가 골목의 벽과 벽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 못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웃음을 준다. 7, 8분밖에 되지 않는 이 장면을 위해 8일간 수도 없이 달렸다. 겨울에 영화를 찍어 오후 4시가 넘으면 어두워서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영화의 드라마적 재미는 별로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장면은 공을 많이 들였어요. 어찌나 뛰어다녔는지 발이 마비될 지경이었죠.”
전작 ‘쩨쩨한 로맨스’가 210만 관객을 기록해 흥행 파워를 입증한 이선균은 “이번 영화는 그때보다 ‘쬐금’ 더 관객이 들었으면 한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다음 작품으로는 변영주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물인 ‘화차’(가제)에 출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