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수색 뒤에도 못찾아… 아시아나 “법적 대응”
“이륙을 허락할 수 없습니다. 기체를 돌려 주기장(駐機場)으로 돌아오시오.”
지난달 30일 오후 9시 10분경(현지 시간)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절도범을 찾아야 한다는 현지 경찰의 요청으로 승객 289명을 태운 인천행 아시아나항공 OZ522편이 육중한 기체를 돌렸다. 이 항공기는 이미 활주로에 접어든 상태였다.
공항터미널로 돌아온 OZ522편에 대해 경찰이 기내 수색을 했지만 절도범을 찾지 못했다. 결국 OZ522편은 예정 시간보다 1시간 20분이나 늦게 이륙했다.
이날 사건은 브라질 국적의 남성 B 씨가 공항 면세점에서 지갑을 잃어버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OZ522편 탑승구 앞에서 “면세점 직원이 ‘한국 여성이 훔친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측은 B 씨와 면세점 직원에게 탑승구 앞에서 기내로 들어가는 승객들 모습을 차례차례 보도록 해줬다. 범인을 찾지 못한 B 씨는 “항공기에 탑승해 찾아보겠다”고 요구했다. 아시아나 측은 “항공권을 소지하지 않은 손님은 신원 확인이 안 된 상태인 만큼 다른 손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기내 탑승을 허락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그 대신 “면세점에서 지갑을 습득한 분을 찾는다”는 기내 방송을 네 차례 내보냈다. 승객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아시아나 측은 항공기를 출발시켰다.
비행기는 주기장을 떠나 활주로로 들어섰지만 이번에는 영국 경찰이 비행기를 돌리라고 긴급 연락을 해왔다. 아시아나 측은 반발했지만 영국 경찰은 “확실한 증인이 있고 도난 사건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막무가내로 비행기를 돌릴 것을 요구해 이날 사건이 벌어졌다.
항공사 측은 “뚜렷한 물증도 없이 289명의 승객에게 시간상 손해를 입혔다”며 “특히 인천공항에서 다른 항공기로 갈아탈 승객의 경우 항공기를 놓쳐 더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영국 현지 로펌에 자문해 영국 경찰에 대한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공항경찰대 관계자는 “법 적용은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이륙 중단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며 “영국 경찰이 과잉 대응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