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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로맨틱 스토리가 흐르는 파리 뉴 패션의 중심지

입력 | 2011-05-06 03:00:00

폴로랄프로렌 생제르맹 매장 가보니
세계 300개 매장을 대표하는 숍




폴로랄프로렌의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매장의 레스토랑. 이 곳 매장은 폴로랄프로렌의 유럽 매장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폴로랄프로렌이 전 세계에서 단 두 곳만 운영하는 정통 미국식 레스토랑도 만나볼 수 있다. 폴로랄프로렌코리아 제공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에 위치한 폴로랄프로렌 매장 전경. 1680년 대 지어진 이 건물은 네덜란드 대사관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유럽지사 사무실 등으로 사용된 역사적인 건축물이다.폴로랄프로렌코리아 제공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른다’고 노래한 기욤 아폴리네르와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장 폴 사르트르가 그의 연인 시몬 드 보부아르와 함께 찾던 ‘카페 드 플로르’가 눈부신 4월 햇살 아래 서 있는 곳이다.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며 문학과 예술의 진원지가 된 생제르맹 거리. 그곳 ‘레 되 마고’ 카페에는 알베르 카뮈가 ‘이방인’을 집필한 흔적을 찾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여전히 붐빈다.

1866년 오스망 남작의 도시개발 작업으로 만들어진 생제르맹의 가로수 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조르조 아르마니 등 명품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쇼핑 중심지의 면모도 갖췄다. 지난해 4월 폴로랄프로렌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문을 열었다. 폴로랄프로렌의 유럽 최대 규모의 매장이다.

매장 오픈 당시 랄프 로렌 회장이 “내가 사랑하는 도시 파리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파리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소에 문을 연 이 매장을 통해 내가 이 도시에 들려주고 싶었던 하나의 스토리를 완결한 기분이다”고 소감을 밝힐 정도로 공을 들인 생제르맹 매장을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찾았다.

○ 폴로랄프로렌의 유럽 최대 매장

파리 생제르맹 173번지 폴로랄프로렌 매장은 건물부터 화려하다. 1680년대 당시 프랑스 왕이었던 샤를 9세의 비서관 에드메 로베르를 위해 지어진 로코코 양식의 이 건축물은 이후 네덜란드 대사관,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유럽지사 사무실 등으로 이용되며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가 된 건물이다.


그러니 매장을 만들 때 기울인 정성도 보통이 아니다. 폴로랄프로렌은 건물을 사들여 매장을 꾸밀 때 숙련된 장인들은 물론이고 역사 전문가까지 섭외해 구조와 양식, 마감 처리까지 17세기 당시의 건물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은 ‘더블 RL’ 데님 제품 전용 매장(왼쪽부터). 폴로랄프로렌코리아 제공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을 들어서면 먼저 액세서리 매장과 함께 시계 전용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프랑스에 있는 폴로랄프로렌 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들어선 워치 살롱에서는 2007년 폴로랄프로렌이 스위스 리슈몽그룹과 조인트 벤처로 설립한 랄프로렌&주얼리컴퍼니의 시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앙에 있는 두 대의 엘리베이터를 가운데 끼고 곡선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블랙라벨과 블루라벨, 컬렉션룸 등으로 이뤄진 여성복 매장이 나온다. 컬렉션룸에서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1 뉴욕 S/S(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폴로랄프로렌의 웨스틴룩들을 화면을 통해 볼 수도 있다.

남성복 라인은 더 풍부하다. 3층과 4층에 걸친 남성복 매장에는 남성용 액세서리를 비롯해 퍼플라벨, 블랙라벨과 국내에도 프레피룩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블루라벨 등 폴로랄프로렌의 다양한 라인업이 갖춰져 있어 정장부터 셔츠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다락방으로 사용되던 5층에서는 폴로랄프로렌의 ‘더블RL’ 데님 제품들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는 더블RL의 미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빈티지 컬렉션을 마음껏 찾아볼 수 있다. 더블RL 라인업은 아직 국내에는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실내 인테리어도 단순한 의류 매장 수준을 넘어선다. 매장 곳곳에는 각종 사진과 오래된 성조기 같은 장식물이 채워져 있다. 매장 특성을 고려한 인테리어도 돋보인다. 특히 5층 더블RL 매장에는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에 목마 장식도 들여놔 미국 카우보이 영화에 나올 법한 서부 개척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 프랑스에서 느끼는 정통 미국의 맛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폴로랄프로렌 매장 안 계단. 사진 오른쪽의 엘리베이터를 끼고 왼쪽으로 올라가는 이 곡선 계단 벽면에는 각종 사진과 오래된 성조기 등 장식물들이 걸려 있다.폴로랄프로렌코리아 제공

생제르맹 매장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곳은 1층 안뜰에 위치한 랠프스(Ralph’s) 레스토랑이다. 이 레스토랑은 폴로랄프로렌이 전 세계에서 단 두 곳만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프랑스 한복판에서 미국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다른 한 곳은 미국 시카고에 있다. 예전에는 마구간으로 쓰였던 2층 건물로 둘러싸인 안뜰에 있는 100여 석 규모의 레스토랑에서는 건물 안 웅장한 벽난로 옆이나 야외에 펼쳐진 4개의 대형 파라솔 아래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접시부터 포크까지 모든 용품은 폴로랄프로렌의 홈 컬렉션 제품이다. 스테이크 재료 역시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폴로랄프로렌의 전용 목장에서 공수해 온다. 정통 미국 스타일의 레스토랑이 드문 프랑스에서 햄버거부터 스테이크까지 미국의 맛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 패션 본고장 프랑스에 올린 미국 브랜드의 깃발

그러니 찾는 사람도 많다. 패션의 대명사격인 파리지앵들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도 줄을 잇는다. 실제로 이날 폴로랄프로렌 생제르맹 매장에는 중국 영화배우 장쯔이도 들렀다. 영국 록 밴드 ‘뮤즈’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매장에서 만난 장쯔이는 “생제르맹 매장은 처음 와봤는데 건물도 훌륭하고 매장도 맘에 들어 나중에도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생제르맹 매장에 대한 폴로랄프로렌의 관심은 유별나다. 1967년 회사 설립 이후 44년 동안 의류, 액세서리, 향수, 홈 컬렉션 등의 분야에서 프리미엄급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들며 전 세계에서 3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폴로랄프로렌이 생제르맹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패션 중심지 프랑스 파리에서의 성공이 브랜드 위상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계 전용 매장인 워치 살롱, 남성용 액세서리 매장 폴로랄프로렌코리아 제공


물론 폴로랄프로렌은 이미 프랑스에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굳힌 지 오래다. 국내에서는 ‘폴로 티’로 대변되는 매스티지(Masstige·대중적인 고급제품) 이미지가 강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폴로랄프로렌은 최고급 컬렉션부터 프레피룩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종합 패션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이미지를 바탕으로 로렌은 1986년 미국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깐깐한 패션 중심지 파리 마들렌 광장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매장을 냈다. 생토노레 거리를 끼고 있는 마들렌 광장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2008년에는 샤넬, 구치, 디오르 등 쟁쟁한 명품 업체들의 플래그십 매장이 줄지어 있는 애버뉴 몽테뉴에 600m² 규모의 여성 전용 럭셔리 매장도 열었다. 애버뉴 몽테뉴 매장의 그레이스 마젤리 점장은 “러시아, 중동, 브라질 등 세계 각지의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다”며 “9월에는 하이 주얼리 라인업도 갖춰 훨씬 고급스러운 제품 구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토노레와 애버뉴 몽테뉴에 이어 생제르맹까지, 파리 3대 명품 거리에 모두 입점한 폴로랄프로렌은 “패션 본고장 파리에서 이들 매장을 전통과 명성이 흐르는 랜드마크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