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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장점 부각시켜라, 조직을 춤추게 하려면…

입력 | 2011-05-06 03:00:00

■ 조직관리 새 패러다임 AI




DBR 그래픽

《 차량 서비스를 하는 프로케어라는 회사는 소비자 조사에서 79%의 만족도가 나오자 이를 더 높이려고 불만족 소비자들을 인터뷰해 그 결과를 직원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소비자 조사를 해보니 당초 의도와 달리 만족도가 뚝 떨어졌다. 프로케어는 역발상의 접근을 시도했다. 만족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왜 그 서비스에 만족했는지 인터뷰해 이를 전 직원들에게 알렸다. 8개월 후 다시 실시한 조사에서 만족도는 95%로 껑충 뛰어올랐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0호(2011년 5월 1일자)에 실린 장점탐구(AI) 방법론을 요약한다. 》
결함에 관한 데이터는 직원들의 자긍심을 떨어뜨리고 조직의 문제점을 부각시켰다. 반면 강점 데이터는 직원들의 자긍심과 가능성을 고조시키고 훌륭한 서비스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롤모델을 전파시켰기 때문이다. 장점탐구(Appreciative Inquiry·AI)는 결함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강점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발하는 방법론이다. AI는 ‘과거와 현재의 장점, 성공,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appreciation’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inquiry’의 두 단어로 구성돼 있다.

○ 강점 탐구는 조직 변화 촉매제


중학교 시절 필자는 고등학교 문예반 선배들을 도와 교지 교정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사 지하 인쇄소에서 교정이 끝나고 성북구 돈암동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떡볶이와 맛탕을 얻어먹으며 ‘웃자란 보리 같은’ 문예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에 하루 종일 교정에 몰두했다. 어느 날 버스에서 창밖을 보다가 문득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길거리 간판의 잘못된 글자만 눈에 들어왔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습관을 버리지 못해 대학원생이 논문을 들고 와도 내용을 읽기 전 오탈자부터 지적한다. 오류 중심, 문제 중심, 결함 중심의 접근법은 쉽게 몸에 익고 잘 버려지지 않는다. 오류, 문제, 결함을 빨리 발견하고 이를 신속히 제거하거나 이로부터 재빨리 도피하는 것은 생존본능에 속한다.

부정성에 집중하는 이 같은 본능은 학문의 세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심리학회 회장을 지낸 마틴 셀리그먼 교수는 재임 시절인 20세기 말까지 30여 년간의 심리학 연구들을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무려 4만5000개의 연구가 인간의 우울, 질병에 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기쁨, 희망, 행복에 관한 것은 겨우 300여 개에 불과했다.

AI는 1980년대 중반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의 조직행동학 박사과정 학생이던 데이비드 쿠퍼라이더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지도교수인 서레시 스리바스바의 클리블랜드 클리닉 조직개발 프로젝트를 돕다가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할수록 사람들은 실망하고 서로 비난하게 되는 경향이 있고, 조직의 강점과 생명력을 탐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할 때 변화가 더 잘 일어난다는 사실이었다. 데이비드 쿠퍼라이더는 문제점을 발견해 개입한다는 전통적 조직개발 개념에서 벗어나 조직이 본래 갖고 있으나 미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가치와 강점을 찾아내고 탐구한다는 새로운 조직개발 개념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AI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전파돼 수많은 컨설턴트가 애용하는 조직개발 방법론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 훌륭한 질문에서 출발해야


AI의 프로세스는 ‘훌륭한 질문→발견→꿈꾸기→설계→숙명’의 단계로 구성된다.

AI를 시작한다는 것은 조직에 어떤 ‘문제(변화의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는 문제를 문제로서 다루지 않는다. 예를 들어 목적지에 도착한 승객이 수하물을 찾도록 하는 서비스의 문제점을 인식한 영국항공은 ‘수하물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라는 문제 중심의 질문을 ‘수하물 서비스를 어떻게 향상할 것인가’라는 좋은 질문으로 바꿨다. 다시 이를 ‘고객에게 어떻게 특별한 공항도착 경험을 안겨줄 것인가’라는 훌륭한 질문으로 바꿨다. 이처럼 질문을 바꾸는 이유는 문제 중심의 질문이 아닌 훌륭한 질문을 갖고 탐구를 시작해야 조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질문이 만들어지면 발견 단계로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 구성원들은 서로를 인터뷰해 변화의제와 관련해 조직이 갖고 있는 긍정적 경험, 전통, 지혜, 역량, 노하우 등 유·무형의 자산들을 찾아낸다. 인터뷰를 통해 면담자는 조직이 갖고 있는 소중한 자산들을 확인하고, 피면담자는 최상의 경험과 꿈을 이야기함으로써 자신감과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꿈꾸기 단계에서 구성원들은 조직의 핵심역량을 토대로 ‘우리에게 이런 자산이 있으므로 우리가 꿈꿀 수 있는 미래상은 무엇인지’를 토론한다. 조직이 갖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 구성원들의 강점을 잘 정렬하면 어떤 꿈이 이뤄질 수 있는지 그려볼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리더가 할 일은 약점들이 의미가 없어지게끔 강점들을 정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 단계에서는 꿈이 필연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조직 설계를 한다. 설계 단계의 핵심은 기존의 구조를 넘어선 창의적 설계를 하는 데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진정으로 도발적인 새로운 꿈을 낡은 구조에 의존해서 이룰 수는 없다.

마지막은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로 조직 재설계를 실천하는 숙명 단계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실행 팀의 구성을 순전히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스스로 선택한 것에 헌신한다.

○ 긍정적 대화가 많아야 건강한 조직


‘긍정의 발견’의 저자인 바버라 프레드릭슨은 건강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은 구성원 간에 이뤄지는 긍정대화와 부정대화의 비율로 구별할 수 있다고 했다. 건강과 건강하지 못함을 가르는 티핑포인트의 비율은 일반적으로 ‘긍정:부정=3:1’이다. 현재 각자의 조직에서 이뤄지고 있는 긍정대화와 부정대화의 비율을 한번 떠올려 보자.

AI의 저변에는 조직을 일종의 기계로 간주하던 산업화시대의 사고방식과는 달리 조직을 ‘인간과 인간의 관계역량’으로 보는 사고방식이 내재해 있다. 관계역량은 대화를 통해 드러나고 육성되기 때문에 AI는 조직변화의 과정을 ‘진단-치료’의 과정이 아닌 ‘대화의 과정’으로 여긴다. AI에서 발견과 꿈꾸기, 설계는 대개 전 직원의 참여 아래 이뤄진다. 이것을 AI 서밋(summit)이라고 부른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이유는 모두의 참여야말로 최대의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는 총체성의 원칙을 AI가 믿기 때문이다.

신좌섭 서울대 의과대 교수 hismed1@snu.ac.kr@@@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0호(2011년 5월 6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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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의 후예를 자칭하며 티무르제국을 일으킨 티무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정복자였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 기만, 모략, 배신, 암살, 학살을 서슴지 않았다. 피도 눈물도 없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폐허와 시신만 남았다. 그는 ‘피와 공포’로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 러시아, 중동, 아프가니스탄, 인도에 이르는 광활한 제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힘을 앞세워 단기간에 세운 역사는 오래갈 수 없었다. 정복자 티무르는 거대한 제국을 세웠지만 역사적으로 추앙받지 못했다. 그가 남긴 유산도 지속가능하지 못했다. 티무르는 반면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