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걸으며 봄을 만끽하세요”
국토 최남단 마라도의 유명세에 가려져 있던 가파도가 최근 청보리축제와 올레코스 등으로 관광객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청보리물결과 파도가 어우러진 섬 풍경이 일품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4일 가파도로 향하는 모슬포항 대합실은 크게 붐볐다. 최근 가파도의 인기를 실감나게 했다. 배를 탄 지 15분 만에 도착한 가파도 선착장은 6∼8일 열리는 ‘제3회 청보리축제’ 준비로 분주했다. 해안도로에는 바닷가에 주로 자라는 갯무, 갯완두, 뚜껑별꽃이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렸다. 바위에는 톳 등 해조류가 무성했다. 섬 안쪽으로 들어서니 곧바로 청보리 물결. 바닷바람에 살랑거리는 물결에 취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청보리 지평선과 바다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모 씨(54·서울 용산구)는 “농촌에서 살았던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며 “가슴마저 상쾌해 고단했던 일상을 말끔히 잊을 정도”라고 말했다.
청보리밭은 가파도 전체 면적 85만9500m²(약 26만 평)의 70%를 차지한다. 주택과 도로를 빼고는 모두 청보리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안선 길이 4.2km에 올레코스도 5km에 불과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섬 최고점이 20.5m로 국내 유인도 가운데 가장 낮다. 계단을 찾기 힘든 것도 가파도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주민 200여 명 가운데 청보리 재배농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바다에 의지해 살아간다. 전복과 소라, 홍해삼은 최고의 특산품으로 손꼽힌다. 청보리 축제는 청보리밭 보물찾기, 문어 잡이, 보말(고둥) 까기, 구쟁기(소라) 구이 무료시식, 고인돌 탐방, 해녀 물질 관람 등 다양한 체험 행사로 꾸며진다. 진명환 축제위원장(가파리 이장)은 “어르신들이 몸국(해조류인 모자반으로 만든 국), 해물파전을 직접 만들어 ‘옛 맛’을 선사하는 등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알찬 축제”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