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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십자가 주검 사건’ 문경 둔덕산 현장 가보니… 자살 추정 속 3자개입 가능성도

입력 | 2011-05-06 03:00:00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김모 씨의 시신이 발견된 경북 문경시 농암면 궁기2리 둔덕산 일대. 경찰은 이 일대가 예수가 처형당한 골고다 언덕의 지형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문경=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경북 문경시에서 발생한 ‘십자가 주검 사건’의 주인공은 어떻게 숨졌을까? 경찰은 현재 단독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타인의 도움을 받은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많다. 일각에서는 타살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확한 사인은 다음 주에나 나올 부검 및 유전자(DNA) 검사 결과를 봐야 한다. 현재 경찰은 변사자 김모 씨(58·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최근 행적과 통화기록, 도구 구입 경위, 금융거래 내용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숨지기 전 그의 동선을 파악해야만 제3의 인물의 연관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의혹이 점차 커지는 이번 사건의 현장을 동아일보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 단독 자살, 방조 자살, 타살?


경북 문경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십자가에 양손과 양발이 못 박히고 목이 노끈에 졸려 숨졌다. 또 오른쪽 옆구리에는 흉기로 찔린 상처가 나 있다. 양발에 박힌 대못은 한 뼘 크기인 데다 끝은 구부러진 채로 발견됐다. 자살이라면 직접 손과 발에 잇달아 구멍을 내야 한다. 노끈을 목에 감아서 매듭을 지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혼자 했다고 볼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발을 받치고 있던 나무판도 망치로 때릴 때 무게를 어떻게 견뎠는지 의문이다. 여기에다 가시관까지 쓸 겨를이 있었을까 하는 것도 의문이 남는다. 특히 실행 과정에서 고통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정황에 비춰 볼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자살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단독 자살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선 김 씨가 4월 13일 경남 김해시 모 제재소에서 직접 목재를 구입해 간 사실을 5일 확인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십자가 제작도면, 실행계획 등을 적어 놓은 A4용지 3장에 나타난 글씨도 김 씨의 딸로부터 자필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사건 현장에 십자가를 제작한 흔적이 남은 것도 자살로 볼 수 있는 정황이라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톱 드릴 칼 등 각종 공구가 현장에 남아 있었고 톱밥과 못 등도 발견됐다. 다툼이나 저항 흔적도 없었던 점도 자살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타살 가능성은 가장 낮은 편이라는 게 경찰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4월 초에 혼자 살던 집을 정리했고 숨진 시기가 예수 부활절과 비슷한 점으로 미뤄 ‘기획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딱 맞아떨어지는 증거나 상황이 없어서 어느 쪽으로도 단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왜 둔덕산인가?


5일 오후 경북 문경시 농암면 궁기2리 둔덕산. 문경 시내에서도 승용차로 30여 분 걸릴 정도로 외진 곳이다. 마을에서 둔덕산 정상(해발 969.6m)을 바라보면 커다란 바위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게 보인다. 산에 오르기는 쉬운 편이다. 차량 1대가 지날 수 있는 길이 나 있다. 레저용차량(RV)은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100여 m 떨어진 곳까지 갈 수 있다. 김 씨는 지난달 이 차량을 구입했다. 산 입구에서 현장까지는 차량으로 30분 정도다. 걸어서는 1시간 걸렸다.

인적은 거의 없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사람은 2명뿐이다. 봄나물을 캐러 왔다는 박모 씨(58·경북 성주시)는 “1년에 한 번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사람 왕래가 적다는 것은 장소 선택의 또 다른 이유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예수가 처형당한 곳인 골고다 언덕과 산 형세가 비슷하다. 정상에서 약 100m 아래 위치한 이곳은 커다란 선바위가 줄줄이 서 있고 산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 광신도라면 예수처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뒤 부활을 꿈꿨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십자가에 달린 사람을 만난게 된 경위- 바로가기

문경=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