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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여섯 번째 大멸종

입력 | 2011-05-09 03:00:00


3·11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한때 종말론이 확산될 즈음에 유명 과학저널 ‘네이처’지 3월 2일자에 실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생물학 교수 앤서니 바노스키의 논문이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바노스키 팀은 지난 500년 동안 멸종한 포유류 수와 화석을 통해 분석한 포유류 멸종률을 비교했다. 화석에서 나타난 멸종률은 100만 년에 걸쳐 2종 이하였다. 하지만 지난 500년 동안에는 포유류 5570종 가운데 최소한 80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로 보면 앞으로 300년에서 2200년 사이에 대멸종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바노스키는 밝혔다.

▷대멸종은 생물종이 단기간 급격하게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현상이다.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에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약 2억5000만 년 전 해양생물을 포함해 96%의 생물이 멸종한 페름기 대멸종과 공룡이 사라진 백악기 대멸종이 유명하다. 현재 지구의 지배자는 인간이므로 만일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된다면 인간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설이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유엔환경계획(UNEP)도 2007년 지구의 여섯 번째 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섯 번째 멸종이 현실화된다면 그 원인은 서식지 파괴, 온난화, 바이러스 전파 등 인간의 지구환경 파괴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대멸종의 원인은 바닷속 산소 고갈 등 생태계 변화, 지진이나 화산 활동, 혜성 충돌이 꼽힌다. 그러나 어느 한 생물종이 전체 생물종을 위험에 빠뜨렸던 일은 없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그런 일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우울한 예측이다.

▷미국의 과학저술가 겸 언론학 교수인 앨런 와이즈먼은 ‘갑자기 인류가 사라진다면 지구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주제로 ‘인간 없는 세상’이란 책을 썼다. 그는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정전협정으로 60년 가까이 인간으로부터 떨어진 그곳은 지금 동물들의 천국, 생태계의 보고(寶庫)가 돼 있다. 인간이 사라진 다음에 더 아름다운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는 이기적인 인류에 대한 무서운 경고로 들린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