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승·방어율 0점대 ‘깜짝 부활투’“감사하는 자세 갖자 성적도 따라왔다”
2000년대 초반의 LG 시절, 그도 한때는 잘 나가던 투수였다. 긴 터널을 뚫고 SK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는 이승호는 “구위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시련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을 뿐. “똑같은 공도 혼이 실린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르다”는 말은 딱 이승호에게 해당된다. 스포츠동아 DB
SK 이승호(37번)와 두산 김선우, 30대 중반에 접어든 중년 투수들이 2011년 프로야구의 블루칩으로 떠오를지 누가 알았을까?
어쩌면 전성기를 지난 시점에 역투를 펼치고 있는 두 투수의 ‘회춘’ 비결을 탐색해본다.LG 박현준이 어느덧 대세다.
지난주 2승을 챙겨 다승1위(5승)로 올라섰다. 그래서 SK-LG의 트레이드를 놓고 ‘SK가 밑졌다’는 얘기가 돈다. 그러나 SK는 이미 지난해 우승을 해냈다. 트레이드를 해서 우승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단초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일방적으로 LG에 밑지지 않았다는 또 하나의 ‘근거’는 큰 이승호(37번)다.
SK가 에이스 김광현의 난조라는 큰 악재 속에서도 20승이나 거둔 데에는 좌완불펜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작은 이승호∼정우람∼전병두가 나란히 3승씩을 거두고 있는데 여기에 이승호의 3승은 ‘기분 좋은 계산착오’였다.
이승호의 보직은 선발과 롱맨을 오가는 스윙맨에 가깝다. 그러다 점점 선발과 이기는 경기에 나오는 롱맨으로 중책이 맡겨지고 있다. 10일 삼성전 선발로도 내정된 상태다.
국가대표 에이스도 맡았던 2000년대 초반 LG 시절에 이어 제2의 전성기다. 그러나 이승호는 “(한창 어려웠던 LG시절에 비해) 구위도 구질도 달라진 게 별로 없다”고 말한다. “변한 것이 있다면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원래 눌변인 이승호는 “초심”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렇게 실력 있는 동료들과 뛰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모든 것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그 동료들을 믿고 자기 공을 목표한 곳에 꽂는 것에만 신경 쓰니 어느새 성적이 따라오더라는 것이다. 시련이 그를 겸손하게 했고, 겸손이 그를 단련시켰다.
김영준 기자(트위터@matsri21)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