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1차 발표… 성과급 등 좌우 전전긍긍
규모-특성 고려 안해 불만… 곳곳 로비 부작용도

○ 평가 발표 앞두고 로비 총력전
평가 막바지에 임박하면서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을 방문해 평가 결과에 대한 동향을 살피려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자기 기관의 애로사항을 좀 더 설명하거나 평가 분위기를 살피고 결과 등을 미리 빼내기 위해서다. A기관 관계자는 “발표 시기가 다가올수록 담당부서에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만나주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기 때문에 갖은 인맥을 모두 동원해 재정부 직원들을 접촉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교수, 회계사를 비롯한 평가위원들도 평소 관리 대상이다. 평가 대상 기관들은 평가위원들이 주로 속한 행정학과나 경영학과 교수들에게 연구용역, 자문, 특강 등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평가위원에 대한 로비 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평가단 풀(pool)에 속한 전문가들에게 연구용역을 많이 주거나 용역비를 올려주는 방식으로 ‘기름칠’을 한다는 것. B기관 관계자는 “큰 기관들은 30∼40명씩 전담팀을 구성해 평가를 준비한다”며 “보고서를 만드는 역할도 하지만 전문가 풀에 속한 평가위원을 관리하는 역할도 한다”고 귀띔했다.
○ 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만
공공기관들이 입을 모아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각 기관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일괄적인 평가 방식이다. 지난해 평가에서 A∼E등급 중 D등급을 받은 대한주택보증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보증사고가 늘면서 회사 사정이 안 좋아졌고 결국 1인당 생산성 등 정량적인 평가항목에서 나쁜 점수를 받았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경기가 나빠지면서 가스안전검사 수수료와 진단 용역료 같은 주 수입원이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외환경 변화가 반영되지 않아 두 기관은 원천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
대상 기관을 그룹으로 나눠 평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수천억 원대의 연기금을 운용하는 C기관 관계자는 “연기금을 운용하는 비금융형 기관으로 분류되지만 수조 원 규모를 운용하는 공무원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 등과 비교되다 보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기관들은 별도의 인력 없이 직원들을 평가대응팀으로 두 달여간 차출해 팀을 운영하다 보니 업무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직원의 수가 수천 명인 기관과 몇백 명인 기관에서 같은 분량의 평가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해야 하는 점도 소규모 공공기관으로서는 큰 짐이다. 이에 따라 일부 중복되는 기관장 평가와 기관 평가를 합쳐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D기관 관계자는 “두 개 평가를 단일화해 줬으면 좋겠는데 정부에서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재정부는 내년부터는 기관 및 기관장 평가가 통합돼 업무 부담이 줄어들고, 기관 특성을 반영하도록 지표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평가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피평가기관으로부터의 연구용역 수주 금지 등 평가위원의 윤리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