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 앓던 노부부 “짐되기 싫다” 자살어머니 부양싸고 다투다 올케 살해도
지병을 앓던 노부부가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동반 자살하는가 하면 어머니 부양문제로 시누이가 올케를 살해하는 등 어버이날을 전후해 안타까운 사건이 잇달았다.
8일 오후 5시 반경 경기 용인시 신봉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모(69), 노모 씨(62·여) 부부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부부는 자식과 손자들에게 “아버지 엄마가 같이 죽어야지 어느 하나만 죽으면 짐이 될 것이다. 아이들 잘 키워라. 엄마 아빠와 행복해라. 사랑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함께 살던 맏아들(40·회사원)과 며느리(38·회사원), 손자 2명(초등생)을 7일 오후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보낸 뒤였다. 맏아들은 경찰에서 “부모님이 ‘그동안 고생했으니 놀다 오라’고 해서 여행을 갔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 조사 결과 서울의 명문고와 명문대 법대를 졸업한 전 씨는 30년 전부터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 왔다. 전 씨는 평소 성공한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는 중증 노인성 치매를 앓으면서 혼자서는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했다. 평생 남편을 수발해온 부인도 병마가 찾아와 지난해 말에는 유방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이후에는 우울증까지 겹쳐 남편을 수발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고통을 호소해 왔다.
아내와 이혼한 뒤 홀로 고혈압 치료를 받으며 생활고를 겪던 한 60대 아버지는 올해 초 장남을 상대로 매달 35만 원씩 부양료를 지급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내 승소하기도 했다. A 씨는 “해외 노동자로 일하면서 자식을 가르치느라 힘들게 살았는데 아들이 생활비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교회 담임목사로 있는 아들은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돈을 주지 않았고, A 씨는 결국 B 씨의 월급을 압류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이 지난달 압류 명령을 내리고 결정문이 송달되자 B 씨는 마지못해 아버지에게 부양료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인=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