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무협, 1990∼2011년 수출비중 분석
○ 수출지역 선진국 30%-개도국 70%
본보가 한국무역협회와 1990년부터 2011년 1분기까지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을 집계한 결과 대(對)선진국 수출 비중은 1990년 69.7%에서 올 상반기 28.5%로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개도국 수출 비중은 30.3%에서 71.4%로 급증했다. 1990년 해외에 수출하는 한국산 제품의 70%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사들였다면 2011년 3월 현재에는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이 그 비율만큼을 고스란히 사들이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원인은 19대 수출 대상국에서 1대 수출 대상국으로 떠오른 중국이다. 1990년 당시 5억85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1168억38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전체 수출의 30%에 이르는 양이다.
2005년부터 우리나라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해외 직접투자가 늘어 해외 현지 생산이 급증한 것도 원인이다. 현대자동차 등은 이때부터 늘어나는 해외 수요에 맞춰 인도 중국 터키 체코 등에 생산 공장을 연이어 지었고 기아자동차 역시 현재 중국과 슬로바키아,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에 따라 2002년 13만 대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자동차의 해외 생산량도 2009년 189만 대로 급증했다.
개도국 공장에 납품하는 한국산 부품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개도국 수출 비중도 올라갔다. 실제 2000년 21억여 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산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009년 117억여 달러로 5배 이상 늘었다. 대중화와 함께 가격이 내려간 휴대전화 역시 해외 생산이 점차 늘어 완제품 수출액은 2004년 190억 달러에서 2009년 181억3000만 달러로 감소한 대신 관련 부품 수출이 47억 달러에서 104억4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 핵심 부품·소재 중소기업 육성해야
수출 비중이 개도국 쪽으로 쏠리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도 대일본 수출액은 1995년 578억8800만 달러에서 2010년 605억4500만 달러로 증가액이 미미한 반면에 대중국 수출액은 같은 기간 142억5800만 달러에서 918억78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일본 등 다른 선진국의 사정도 비슷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된 반면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의 성장 엔진은 식지 않아 생긴 현상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해외 생산기지 이전으로 고용과 부가 개도국으로 이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일본의 사례처럼 탄탄한 기술력이 있다면 핵심 부품 소재를 국내에서 생산하며 고부가가치 사업을 할 수 있다”며 “태양전지처럼 미래 핵심 부품 및 소재 분야를 선별해 관련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