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거나, 흠잡을 데 없는 미인이 성형수술을 받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한다. 그들의 노력이 이미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디퍼런트’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문영미 교수가 쓴 책인데 읽는 내내 스마트폰 시장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최근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S2’를 빌려 써보고 있습니다. 정말 잘 만든 스마트폰입니다. ‘2초에 1대씩 팔려나간다’는 소비자 반응이 이해가 갑니다. 애플의 ‘아이폰4’나 최근 국내에 선보인 다른 외국기업들의 최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비교해 어디 하나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경쟁사의 새 제품은 갤럭시S2를 뛰어넘을 겁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2009년 11월 애플의 ‘아이폰3GS’가 한국에서 처음 판매되자 소비자들은 “이렇게 좋은 제품을 몰랐다니 지금까지 속아 살았다”는 식의 찬사를 보냈습니다. 이후 등장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도, 그 뒤에 나온 아이폰4도 이런 감동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아이폰으로 이미 새로운 형태의 제품에 익숙해졌으니까요. 이번에 나온 갤럭시S2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흥분은 점점 잦아들고 있습니다. 새로 등장한 스마트폰이 1mm 더 얇아졌다고 해도, 화면이 더 또렷해졌다고 해도 말입니다. 애플이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 중요한 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며 사용할 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을 잔뜩 선보이고 “이렇게 쓰면 즐겁고 재미있다”며 광고를 하지만 역시 ‘많이 본 레퍼토리’입니다. 소비자들은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경쟁사들은 이런 마케팅까지 따라합니다. 모두가 아름다워진 상황에서 체중이 1kg 덜 나가고 코가 1mm 더 높은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우피 골드버그 이야기는 스마트폰 시장에도 동일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살 때 더 많은 앱, 더 좋은 기계, 더 편리한 조작법(UI) 등을 기대하지만 그 틀에 머물러 있는 한 절대로 오랫동안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갤럭시S2를 써보니 삼성전자는 ‘수직축’에서는 이미 애플을 따라잡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잠깐이겠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의미, 완전히 다른 감동을 주는 삼성의 ‘수평축’ 이동을 기대해 봅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