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는 특정고 인맥과 관련이 깊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김민영 부산·부산2저축은행장,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장이 모두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문평기 부산2저축은행 감사도 박 회장의 고교 2년 선배다. 부산저축은행 자금 조달에 참여한 KTB자산운용의 장인환 사장 역시 광주일고 출신이다. 한마디로 특정고 출신이 대주주에 경영진에 감사까지 맡아 ‘우리가 남인겨’를 합창한 금융비리 사건이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신뢰(Trust)’에서 가족 중심의 사회와 제도 중심의 사회를 구별한다. 가족 중심의 저(低)신뢰 사회에서는 신뢰가 가족단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중소규모의 가족기업만 번창한다. 이런 사회일수록 국가는 통합을 위해 강력한 관료제 형태를 띤다. 이탈리아가 전형적이다. 제도 중심의 고(高)신뢰 사회에서는 신뢰가 가족 범위를 넘어간다. 가족 이외의 구성원이 고위직을 차지하는 거대 기업은 이런 사회에서 등장한다. 국가보다는 시민사회가 발달하는 것도 이런 사회다. 미국이 전형적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