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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비싼 반지 끼고 있으면 상품권 못받으니 맡겨요”

입력 | 2011-05-11 03:00:00

70대男, 행사장서 할머니들 유인해 14차례 절도




“성씨(姓氏)가 어떻게 돼요?”

지난해 10월 17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시장 골목에서 현모 씨(74)가 권모 씨(78·여)에게 다가가 물었다. 권 씨는 손가락에 반지 2개를 끼고 있었다.

권 씨가 “안동 권씨”라고 답하자 현 씨는 “나도 안동 권씨인데 반갑다. 근처 행사장에서 노인에게 상품권을 주는데 같이 가자”고 꼬드겼다. 권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현 씨를 따라갔다.

한 건물 앞에 멈춰선 현 씨는 “비싼 반지를 끼고 있으면 상품권을 주지 않으니 잠시 반지를 내게 주면 화장지로 싸주겠다”고 했다. 권 씨는 끼고 있던 0.3캐럿짜리 다이아몬드반지 1개와 비취반지 1개를 현 씨에게 건넸다. 현 씨는 반지는 주머니로 빼돌리고 미리 감춰둔 돌멩이를 화장지에 싸서 권 씨에게 돌려준 뒤 줄행랑을 쳤다.

현 씨는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4차례에 걸쳐 이런 수법으로 할머니만을 대상으로 300만 원이 넘는 귀금속을 훔쳐 팔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21일 서울 종로구의 길가에서 만난 최모 씨(71·여)에게 접근하다 이전에 현 씨에게 금반지 등을 뺏긴 적이 있는 최 씨가 현 씨를 알아보고 “도둑놈 잡아라”고 소리쳐 행인에게 붙잡혀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이상무 판사는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