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이 된 컵대회를 어찌할꼬…메리트 없어 대부분 비주전 기용폐지땐 홈경기 줄어 수익에 타격연맹, 우승 혜택·방식 변경 고심
2011 러시&캐시컵 조별리그 경기가 11일로 마감됐다.
이번 시즌 조별리그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참가팀들이 대회에 비중을 두지 않고 선수단을 운영했다는 점이다. 조별리그에 참가한 12팀 가운데 10팀 이상이 1.5군 혹은 2군을 투입했다. 일부 팀은 아예 컵 대회를 포기하고 주전 선수들을 K리그 정규리그에 전념시키고 있다. 컵 대회와 R리그(2군리그) 구분이 힘들 정도다. 컵 대회 무용론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컵 대회 운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2군리그로 전락한 컵 대회
“일주일에 2경기씩을 연속 치르다보면 주전들이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선수들을 돌려 기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 스쿼드가 두꺼운 서울, 수원, 전북 등은 일주일에 2경기를 해도 운영이 가능하지만 선수층이 얇은 시민구단은 이런 식으로 팀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강원FC와 성남 일화의 경우 정규리그와 컵 대회 등 매 경기마다 베스트멤버를 내세운다. 정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하지만 경기력은 나쁘지 않다. 강원과 성남도 선수층이 두껍지 않기는 다른 시민구단들과 마찬가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경기를 제대로 치르고 있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구단들이 지금처럼 2군으로 컵 대회를 치른다면 어떤 기업이 비싼 돈을 주고 대회 스폰서로 참가하겠는가. 이럴 바엔 컵 대회를 아예 치르지 않는 게 리그 경기 수준과 마케팅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컵 대회는 우승컵을 안았다는 것 이외에는 전혀 메리트가 없는 대회다. K리그 정규리그와 FA컵에는 다음 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려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게 되면 많지는 않지만 일정 부분의 배당금을 챙길 수도 있어 구단에 재정적으로 도움이 된다. 그렇다보니 구단들은 정규리그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베스트 멤버를 총동원하고, 컵 대회에는 1.5군 혹은 2군을 내보내고 있다. 또한 앞으로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승강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는 2013년부터 새로운 리그를 창설해 승강제를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16개 구단으로 짜여진 K리그 위에 프리미엄급 리그를 하나 창설해 10∼12팀으로 운영한다는 방안이다.
이러한 안이 최종 확정된다면 4∼6팀은 하위 리그로 강등되어야 한다. 팀을 나누는 기준이 K리그 성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구단들은 컵 대회는 포기하더라도 정규리그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며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안 마련에 고심하는 연맹
사실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다. 대회 전체를 토너먼트 형식으로 변경하는 등 경기 방식을 달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승팀에 줄 메리트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아시아축구연맹 규정상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은 리그 컵 대회 우승팀에 줄 수 없다. 다른 메리트를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확 달라진 컵 대회를 만들 수 있도록 좋은 의견을 모아가는 단계일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좋은 대안을 마련해 컵 대회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트위터@gtyong11)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