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체제에다 무능하고 부패한 지도자를 만나 허덕이는 북한 주민도 해외에서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 대북(對北) 인권단체인 ‘북한인권개선모임’ 등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 6만∼7만 명이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국 등에서 일하면서 연간 수억 달러 이상 벌어들인다. 그러나 실제로 근로자가 손에 쥐는 돈은 공식 봉급의 3분의 1을 넘기 어렵다. 중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10%에 못 미치는 사례도 많다. 대부분의 돈은 김정일 일가를 비롯한 노동당 군부 행정부의 소수 특권층에 이런저런 명목으로 뜯긴다.(본보 11일자 A1면 참조)
▷북한에서는 당성(黨性)이 좋은 ‘혜택 받은 계층’이 아니면 외화벌이에 나가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봉급의 90%를 뜯겨도 외국에 나가 주린 배를 채울 수 있고 다만 얼마라도 외화를 손에 쥘 수 있으니 북한에 남아 있는 것보다는 낫다. 과거 서독에 갔던 우리 광원과 간호사들이 벌어들인 돈은 모두 본인과 가족에 돌아갔다. 계약기간이 끝난 뒤 현지에 남아 성공한 삶을 가꾼 사람도 많지만 북한 외화벌이 일꾼들은 외국에 남을 자유도 없다.
▷일부 친북세력은 대한민국이 걸어온 경제발전과 성공의 역사를 폄훼하면서 북한 지배층에 대해서는 ‘내재적 접근법’ 운운하는 모순된 논리로 감싼다. 한국은 빈부 격차가 심하지만 북한은 평등하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평등과도 거리가 한참 먼 사회다. 대다수 주민은 굶주리지만 한 줌도 안 되는 북한의 특권층은 호의호식하면서 ‘천민 자본주의자’ 뺨치는 타락에 빠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권과 평등, 진보를 들먹이는 친북좌파가 주민의 외화벌이 임금을 뜯어먹는 북한 집권층의 행태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