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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강병호]외환은행 매각, 조속히 결론 내라

입력 | 2011-05-12 03:00:00


강병호 한국기업지배구조센터 원장·한양대 명예교수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의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을 한 것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행위를 취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심의를 미루고 있다.

최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 때문에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에 대한 결정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와 하나금융에 대한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요건은 무관하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 편입 승인 여부는 편입 대상인 외환은행의 사업계획 타당성과 인수 주체인 하나금융의 재무 상태와 경영 건전성 등을 심사해 결정하면 된다(제17조).

법적으로 무관한 매도인인 대주주의 적격성을 이유로 금융위원회가 장기간 심의를 보류하는 것은 합리적 재량 범위로 보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세간에는, 특히 외국인 사이에서는 금융위원회가 말하는 법적 불확실성을 금융위원회의 법적 불확실성,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의 법적 리스크로 간주한다.

금융위원회의 우유부단한 행위는 적법성 문제 이외에도 경제적 합리성도 잃고 있다. 설령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주가조작으로 양벌 규정이 적용돼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박탈된다고 하더라도 금융위원회가 취할 수 있는 행정조치는 의결권 제한과 보유 주식 매각 명령뿐이다. 이는 론스타의 ‘먹튀’를 막아야 한다는 일부 정치권과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과는 반대로 론스타가 오히려 바라는 바일 수도 있다.

하나금융과의 매각계획이 무산돼 다시 매각절차를 밟을 경우 더 비싼 가격으로 매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건설 매각 차익, 하이닉스 매각 이익 및 외환은행 추가 배당까지 합하면 론스타가 지금보다 최소 1조 원 이상의 추가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심의를 지체하는 또 다른 이유로 하나금융의 매입 신청을 승인했다가 만약 법원에서 론스타가 대주주로서 적격성이 없다고 판결 날 경우 론스타를 제재할 방법이 없어서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론스타의 세금, 벌금, 손해배상금 등의 징수가 보장되도록 지급보증이나 결제전용계좌(escrow account)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매각명령에서 매매대금, 매매 상대방 등 매각 조건과 방법을 제한하는 방법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것으로, 만약 이런 조치를 취한다면 론스타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 명약관화하며 소송의 결과는 국가가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이 경우 론스타는 소송을 국내 법원이 아닌 자신에게 유리한 외국 법원에 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면 소송의 승패와 관계없이 대한민국은 해외 자본을 역차별한다는 불명예를 씻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금융위원회가 취해야 할 유일한 조치는 법원의 판결을 무제한 기다릴 게 아니라 법에 따라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있느냐만 결정하는 것이다. 국민은행과 HSBC의 인수 무산에 이어 법적으로 무관한 사항을 이유로 또다시 외환은행 매각이 무산된다면 국부의 추가적인 해외 유출은 물론이고 외환은행 주가 대폭락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그러나 더 큰 국가적 손실은 국제사회에서 법치국가로서 대한민국의 명예가 크게 실추될 것이라는 점이다.

강병호 한국기업지배구조센터 원장·한양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