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농촌봉사활동을 갔다. 마침 자전거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 백인 청년이 내가 머물고 있던 마을을 지나갔다. 동네 어른 한 분이 점심이나 먹고 가라고 했다. 백인 청년은 동네 사람들과 봉사하러 온 우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고, 우리는 말을 붙이거나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섰다.
길 건너편 밭에서는 뙤약볕 아래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일하고 있었다. 반대쪽 그늘에는 주인으로 보이는 나이 어린 사람이 팔짱을 끼고 그들을 감시하는 듯 서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아무도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건네지 않았다. 똑같이 외국에서 한국을 찾아온 사람이지만 서로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나는 살색을 인종 차별이라는 이유로 살구색으로 바꾸도록 노력한 경험이 있다. 그런 나 자신도 백인 청년에게는 호감을 보였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대화해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나에게도 피부색에 따른 인종 차별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씁쓸했다.
김민영 이우고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