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新문학운동 원천은 고전”
“한국문학, 풍요 속 빈곤 위기”

한중작가회의에서 기조발제를 듣고 있는 소설가들. 오른쪽부터 소설가 서하진, 성석제, 지예, 은희경 씨. 시안=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신고(新古)의 매력을 지닌 이 도시에서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이 문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회의를 열었다. 11일 시안 탕화호텔에서 개막한 제5회 한중작가회의는 고도(古都)에서 열리는 대회답게 ‘전통과 현대, 디지털 시대의 문학’을 주제로 삼았다.
시안시작가협회 주석인 우커징(吳克敬) 씨는 개막사에서 “유서 깊은 고도인 동시에 급속한 현대화에 따라 첨단, 거대 도시가 된 시안에서 한중 작가들이 모여 문학의 전통과 현대를 얘기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한국 작가단의 대표를 맡은 홍정선 문학과지성사 대표이사는 “한국 사람들은 장안이란 이름을 많이 쓰는데, 그곳이 바로 시안인 줄 모르고 지낸 적도 있었다. 한중 작가들의 교류의 폭이 넓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오생근 교수는 ‘문학의 위기와 과제’라는 주제의 발제문을 통해 한국 문학의 위기를 진단했다. 오 교수는 “한국에서는 다양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작가임을 자처하는 사람이 많아져 양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이는 하나의 위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학의 위기는 빈곤의 외양으로 나타나지 않고 풍요로운 양적 팽창 속에서 온다”며 “결국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반성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인이자 수필가인 류윈(劉云) 씨가 소설가 은희경 씨의 소설 ‘소년을 위로해줘’를, 소설가 성석제 씨가 류윈 씨의 수필 ‘그윽한 젖향기’를 낭독하는 등 서로의 작품을 맞바꿔 읽으며 우의를 다졌다.
올해 행사에는 한국 쪽에서 소설가 김주영, 구효서, 이현수, 은희경, 성석제, 전경린 씨, 시인 황동규, 이시영, 정끝별, 장석남 씨, 평론가 김치수 씨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시짱신세기문학상, 히말라야문학상 등을 받은 소설가 츠런뤄부(次仁羅布), ‘자핑와장편산문선’으로 루쉰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자핑와(賈平凹) 씨, 시선집 ‘서정시선’이 한국에 출간되기도 한 시인 수팅(舒정) 씨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한중작가회의는 12일 낭독 및 토론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