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의 바위 밀착’ 모방
초고강도 탄소섬유 개발… “생전 통보받고 기뻐했는데…”

P 교수가 KAIST 신소재공학과 홍순형 교수, 화학과 이해신 교수와 함께 연구한 것은 홍합의 생체구조를 모방한 초고강도 전도성 섬유 제조기술이다. 이 내용은 재료분야 유명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3일자 표지논문으로 소개됐다. P 교수는 이 논문의 연구 책임자로 참여했다.
홍합은 실 같은 조직을 뻗어 바위에 달라붙는다. 콜라겐 섬유와 카테콜아민이라는 성분이 그물처럼 얽혀 있어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접착력이 강하다. 연구진은 이를 모방해 콜라겐 섬유 대신 탄소나노튜브를, 카테콜아민 대신 고분자 접착제를 써 새로운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개발했다. 이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는 길이가 수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해 상용화가 어렵지만 이번 연구로 수 m로 만들 수 있게 됐다”며 “P 교수가 논문 게재 사실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고 말했다.
P 교수는 올해 1월 KAIST로부터 ‘올해의 KAIST인상’을, 2009년에는 미국 생체재료학회로부터 ‘클렘슨상’ 등을 수상해 바이오 재료 분야의 세계 최고 석학으로 평가받았지만 연구비 유용 혐의를 받게 되자 지난달 10일 대전 자택에서 자살했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