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다면 난해한 작품은 억지관람 막아야죠”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제공
“청소년을 배려하려는 생각이었는데 오해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네요.”
구 감독은 9일 통화에서 이 조치에 대해 묻자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곡마다 최고 50분가량 길게 펼쳐지고 난해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듣기에 무리가 있고, 대다수의 중고교생들이 학교 숙제로 클래식 공연장에 오기 때문에 공연에 잘 집중하지 않아 다른 관객들의 관람에 방해를 준다는 것. 부득이하게 이번은 관람을 막았지만 청소년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공연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저도 중3 때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면서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들으러 갔는데 좀 지나니 여자친구가 몸을 꼬며 힘들어하는 거예요. 청소년에게 억지로 힘든 공연을 보여주기보다는 클래식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공연을 따로 마련해 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
그는 연세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스물다섯의 나이에 뒤늦게 독일 만하임대 음대로 유학을 갔고 10년 만에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수석상임지휘자가 됐다. 귀국한 뒤엔 광주시향을 거쳐 올해 3월 경기필로 옮겨왔다. 광주에선 ‘구마에’를 외치는 열혈 팬층의 숭배에 가까운 사랑을 받았고 2월 열린 고별 공연도 1800석이 매진됐다. 이제 경기필에 온 지 두 달여, 그의 느낌은 어떨까.
“경기필 정원이 70명이죠. 100명이 넘는 서울시향은 고사하고 광주필, 수원시향보다 적어요. 인원이 적어 2관 편성밖에 안돼서 1800년대 후반 곡들은 아예 시도하기도 힘들죠. 시간을 갖고 완전한 형태의 악단을 만들어갈 겁니다.”
그는 광주시향 취임연주 때처럼 이번 경기필 첫 정기연주에서도 말러를 택했다. “사실 말러는 광주에서도 자주 했고, 말러 공연이 연달아 무대에 오르는 클래식계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도 싫어서 저는 안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단원들의 요구도 있고, 취임 공연으로 말러는 역시 매력이 있거든요.” 그는 말러 작품의 매력 중 하나로 악기 하나하나가 솔로 악기처럼 많이 나와서 새로 꾸려진 오케스트라가 개인별 트레이닝을 하기 좋다는 점도 꼽았다. 그런데 ‘단원들의 요구’라니, 그 지휘자에 그 단원이다 싶었다.
이번 공연에서 경기필은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 중 ‘일곱 베일의 춤’, 바그너의 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서주와 종주’를 연주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