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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논버벌 퍼포먼스 3편 눈길

입력 | 2011-05-12 03:00:00

탄탄한 구성… 3D영상… ‘난타’ 후속타 나올까




비밥 비빔밥의 조리 과정을 비트박스와 아카펠라, 비보잉과 무술을 통해 역동적으로 극화한 ‘비밥’. ‘난타’와 ‘점프’를 연출한 최철기 씨가 제작을 맡았다. CJ E&M 제공

‘난타’와 ‘점프’의 뒤를 이을 논버벌 퍼포먼스(비언어공연) 제3세대 작품이 과연 등장할 것인가. 5월 새로운 논버벌 퍼포먼스 작품이 잇따라 소개되면서 이 분야의 새 흥행작을 기다려온 오랜 갈증이 해소될지에 공연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국 논버벌 퍼포먼스 시장은 1세대 난타(1993년 초연)를 선봉으로 2세대 점프(2002년 초연)가 뒤를 받치는 맹활약을 펼치며 연간 100억 원대 매출을 넘어섰다. 이후 많은 작품들이 그 흥행신화에 도전했지만 두 작품의 아성에 근접도 못하고 있다.

이는 논버벌 시장의 주 고객인 외국인 관객 수에서 확인된다. 2010년 기준으로 1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외국인 관광객 중 논버벌 작품 관객은 1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 중 난타(60만 명)와 점프(20만 명)의 관객 비중이 80%를 차지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는 아류작만 넘쳐나기 때문이다. 아류작만으론 원작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없다. 난타가 타악을 특성화했다면 점프는 무술을 특성화함으로써 차별화된 볼거리를 생산해 성공했다. 둘째, 춤과 미술 버블 마술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춘 작품의 경우엔 작품이 사분오열하면서 진화 속도가 더뎌졌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2005년 초연)는 제작진의 분열로 작품도 세 가지로 나뉘었고, 미술을 접목한 ‘드로잉 쇼’(2008년 초연) 역시 두 가지 공연으로 나뉘었다.

셋째는 이야기의 허술함이다. 난타와 점프만 해도 너무 뻔한 이야기 구조가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 왔는데 이후 등장한 작품들의 이야기는 그보다 더 엉성하다는 평가다. 그 결과 외국 관객을 유치하기 전 ‘불쏘시개’ 역할을 해줄 국내 관객의 열띤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5월에 개막할 3편의 논버벌 공연은 우선 이야기 구성에 공을 들이면서 볼거리를 대폭 강화한 작품들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10일부터 서울 충정로 가야극장(구세군회관)에서 개막한 ‘VR 브레이크 아웃’은 점프를 제작한 예감이 2007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인 야심작이다. 5명의 죄수가 탈옥을 감행해 놀이동산으로 소풍을 간다는 이야기에 비보잉을 접목했다. 이번 공연에선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들을 덜어내고 이야기의 밀도를 높였다. 홀로그램과 3차원(3D) 영상기술로 구현된 자동차와 롤러코스터가 배우들과 상호작용하는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했다. 4만∼5만 원. 02-722-3995

12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대한생명63아트홀에서 무기한 공연에 들어가는 ‘마리오네트’는 2006년 초연 때부터 비보이 퍼포먼스 중 이야기가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다. 2002년 독일에서 열린 비보이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 우승팀인 익스프레션 크루가 제작한 이 작품은 실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마리오네트)과 마법사가 등장하는 3개의 에피소드로 승부를 건다. 목각인형처럼 관절이 따로 움직이는 비보잉은 밑반찬이고 대형스크린을 활용한 그림동화와 샌즈 아트, 흰빛만 반사하는 블랙 라이팅 기술을 활용한 야광 퍼포먼스가 별미다. 3만 원. 02-789-5663

27일부터 서울 중구 한화손보 세실극장에서 무기한 공연에 들어갈 ‘비밥’은 공연계 큰손인 CJ E&M이 논버벌 공연까지 영역을 확장한 첫 작품이다. 난타와 점프의 연출가로 참여했던 최철기 씨가 2009년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한 30분짜리 ‘비밥코리아’를 3년에 걸쳐 발효시켰다. 비빔밥을 조리하는 과정을 청각(비트박스와 아카펠라)과 시각(비보잉과 곡예, 무술)을 통해 역동적이면서도 코믹하게 담아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하지만 결국 난타와 점프를 합쳐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만∼5만 원. 02-501-7888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①마리오 네트 실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의 슬픈 이야기에 비보잉, 그림동화, 샌즈 아트, 야광 퍼포먼스를 접목한 ‘마리오네트’ ②브레이크 아웃 놀이동산을 꿈꾸는 죄수 다섯의 환상적 탈옥기를 비보잉과 가상현실(VR) 기술로 풀어낸 ‘VR 브레이크아웃’. 익스프레션 크루·예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