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10일 오전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이용한 위치정보 수집 의혹과 관련해 애플과 운영진을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열었다. 상원 법사위원회 산하 사생활·기술·법률 소위원회 앨 프랭컨 위원장 주최로 열린 이번 청문회는 애플의 위치추적 논란과 관련한 청문회로는 처음으로 열렸다. 이에 앞서 프랭컨 의원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폰이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저장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2개의 패널로 나뉘어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청문회는 2시간 전부터 청중들이 줄을 서는 등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이날 청문회의 초점은 두 가지. 스마트폰 이용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전화기에 저장되는 위치정보가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와 이것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지에 대한 것. 프랭컨 위원장은 “이번 청문회의 목적은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위치안내 시스템을 중단하자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충분히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받는 장치가 마련된 상태에서 기술의 진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는 자신과 관련해 어떤 정보가 수집되는지 알 권리가 있으며, 그 정보의 공유 여부와 공유 대상, 시점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답변에 나선 가이 버드 트리블 애플 부사장은 “애플은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분명히 보호하고 있다. 애플은 고객의 위치를 추적하지 않으며, 그렇게 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할 계획도 없다”는 대답으로 불법적인 위치추적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위치추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와이파이존(무선인터넷 환경)’ 등에 저장되는 위치정보 양을 제한하거나 고객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구글의 앨런 데이비드슨 공공정책국장도 “전화기 소유자가 위치정보 공유를 꺼린다면 위치정보 기능을 스스로 끌 수 있다”고 해명했다. 향후 관련 법률 제정의 시발점이 될 이번 청문회 이후 추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은 한국이 2005년 제정한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령이 없는 상태로 고객의 동의 없이도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고객의 위치정보를 수집할 경우 고객의 동의를 받도록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이 록펠러 상원 상무위원장은 9일 기업이 소비자가 정보 수집을 거부할 경우 이를 존중하도록 의무화하는 ‘온라인 추적금지법’을 발의했다. 존 케리(민주),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도 지난달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소비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온라인 사생활법안을 제출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