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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류 ‘인사권’ 얻고 구주류 ‘비토권’ 챙겼다

입력 | 2011-05-12 03:00:00

‘당무 상호협의’ 모호한 합의 불씨 남겨… 소장파 쇄신안 비대위가 제동 걸수도
■ 黃-鄭 ‘어정쩡한 동거’




임시 당권과 쇄신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던 한나라당 신·구주류가 11일 일단 절묘한 타협 방안을 찾았다. 그러나 합의 내용에 대한 ‘계산’이 서로 달라 향후 갈등이 재연될 불씨는 완전히 사그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내 소장파와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황우여 원내대표 측과 전임 지도부의 지명을 받은 범친이(친이명박)계의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측이 이날 타협안에 합의한 것은 권력투쟁 양상이 계속될 경우 공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4·2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하고도 여전히 “한나라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루빨리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신주류는 당초 황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뿐만 아니라 비대위원장까지 맡아 당을 완전히 장악하는 방안을 원했다. 정 비대위원장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비대위는 전당대회 관리만 맡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또 친이계 구주류가 다수인 비대위 구성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랬던 신주류가 정 비대위원장에게 당무와 쇄신 방안을 넘겨준 것은 상당한 양보를 한 셈이다. 황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정 위원장과 주요 당무를 협의하게 한 것도 만족스럽진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주류는 당 장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합의 내용을 따져보면 전체적으로 불리할 게 없다는 얘기다. 한시적이지만 당사 대표실을 황 원내대표가 차지한 것만으로 의미가 크다는 자평이다. 비대위가 과거 최고위원회의의 권한을 물려받는다고 하지만 매주 황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중진회의와 비대위로 당 회의가 이원화됐다. 비대위가 최고위만 한 힘을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비대위원을 교체하진 못했지만 위원 3명을 더 선임하면서 우호세력을 추가로 비대위에 포진시킬 수 있게 됐다.

대표의 권한인 당직 인사를 정 위원장과 협의하기로 한 것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사퇴한 원희룡 전 사무총장을 대신해 ‘우군’인 친박계의 정희수 제1사무부총장이 당분간 당 실무를 총괄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 위원장 측 역시 당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신주류를 상대로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얻어냈다고 보고 있다. 누가 대표권한대행인지를 놓고 법리 논쟁을 계속하면 불리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양보했지만 비대위원장의 권한을 합의안에 명시했고 비대위의 위상을 최고위 수준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비대위에 출석하는 껄끄러운 상황도 피했다. 정 위원장 측 관계자는 “원래 한나라당 지도체제는 집단지도체제”라며 “당의 얼굴은 원내대표가 됐지만 모든 것은 비대위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앞으로 민감한 문제를 놓고 양측의 견해차가 있을 경우 혼선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황 원내대표와 정 위원장이 협의해서 해결한다는 모호한 합의안 때문이다. 협의해서 해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양측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소장파가 추진하는 쇄신 방안이 비대위에서 제동이 걸릴 경우 신주류 내 강경파가 이번 합의안에 불만을 터뜨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