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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낙태… 협박… 구타… 美평화봉사단 ‘추악한 진실’

입력 | 2011-05-13 03:00:00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해외봉사조직인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의 활동 과정에서 여성단원의 성범죄 피해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 충격적인 것은 평화봉사단 간부들이 이를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는 사실이다.

해외 자원봉사활동 중 성폭행을 당한 전직 단원 등 피해자 3명과 피살된 단원의 부모 등 총 4명은 11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평화봉사단이 성폭행 위험에 처했거나 피해를 본 자원봉사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blame the victim)’ 잘못된 문화에 사로잡혀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평화봉사단이 성폭행 피해자를 남성 산부인과 의사에게 검사받게 했으며, 강제로 귀국시키고,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1961년에 창설한 평화봉사단은 지금까지 세계 139개국에 20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를 파견한 단체로 현재도 77개국에서 860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직 교사인 캐럴 마리 클라크 씨는 1985년 네팔에 봉사단원으로 파견된 뒤 성폭행을 당해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했던 과거를 털어놓으며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현지 평화봉사단 책임자에게서 “여성 자원봉사자는 생활비를 받으려면 나와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부당한 요구를 받았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성폭행을 당했고 임신까지 했다. 평화봉사단은 당시 그녀에게 임신중절수술을 받든지, 아니면 당장 그만두라고 강요했다. 클라크 씨는 낙태수술을 받고 다시 네팔로 돌아온 뒤 더 끔찍한 일을 겪었다. 정부에서 파견된 직원에게 15시간에 걸쳐 성폭행과 구타를 당한 것. 그녀는 “나는 오늘날 해외봉사를 떠나는 젊은 여성들이 보호받기를 원한다”고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2004년 방글라데시에 파견됐던 제스 스모체크 씨는 현지 남성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귀국해야 했다. 그녀는 출국하면서 “사랑니를 뽑으러 미국에 돌아간다”고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받았다. 방글라데시의 봉사단 책임자는 이후 “오후 5시 이후에 혼자서 외출한 게 잘못”이라고 스모체크 씨를 비난했다. 봉사단 자료에 따르면 2000∼2009년 봉사단원 1000여 명이 성범죄 피해를 보고했고 이 중 221건이 성폭행 또는 성폭행 미수였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