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궐선거 참패 후 한나라당이 쇄신 쓰나미에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당 쇄신 논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뭔지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합니다. '내 탓'없이 '남 탓'만 하는 고질적 병폐가 되살아난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소장파 그룹인 남경필 정두언 의원 등은 '새로운 한나라' 의원모임을 결성해 쇄신의 전진기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이재오 특임장관 등 구주류 측에 돌리며 퇴진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에 대해선 너무 관대합니다.
친박그룹도 소장파와 손을 잡고 쇄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주요 현안에 손을 놓고 있었던 자신들의 지난날에 대한 자성은 보이지 않습니다. 혹 박근혜 전 대표만 바라보며 성을 쌓기에 급급한 적이 없었는지도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쇄신은 아무렇게나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시대 추세에 맞게 새롭게 하되 지켜야할 가치는 지키는 것입니다. 그동안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보수적 가치에 대해 젊은 층을 상대로 치열하게 설득하는 노력을 벌였는지 궁금합니다. 진정 해야 할 일도 하지 않은 채 변화만 외친다면 표를 구걸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 비준이 눈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0% 정도가 한미FTA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야당이 결사 저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한나라당 소장파가 누구보다 앞장서 며칠 밤을 새서라도 전문가들과 다시 토의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치열함을 보여줘야 국민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야당의 '아류(亞流)'가 돼서 표를 구걸해서는 안 됩니다. 변화의 철학이 필요할 때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