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장관, 나가시오” 13일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회의실에서 민주당 측 간사인 최규성 의원(오른쪽)과 장세환 의원 등이 국무위원석에 출석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회의실에서 나가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국토위는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고 국민연금공단을 전북 전주로 옮기는 정부안 내용을 보고받을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의원들의 의장석 점거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2일 오후 3시 국회 본청 530호 국토해양위원회 회의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들어와 자리에 앉자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이 소리를 질렀다.
최 의원은 이미 오후 2시경 회의실에 온 정 장관을 쫓아낸 뒤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정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는 대신 국민연금공단을 전북 전주로 옮기는 정부안을 보고할 예정이었다.
최 의원은 “전북은 국민연금공단 먹고 떨어지라는 것 아니냐. 무시하는 게 열 받는 거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세환 의원은 국토부 보고자료를 손에 들고 흔들며 “전북으로 일괄 이전하면 혁신도시의 특성을 훼손하고 경남으로 일괄 이전하면 혁신도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니. 미친 ×들 아니냐”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기춘 의원은 “(진주가)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 출생지라 그래”라며 음모설도 제기했다.
이날은 마침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있는 날이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은 민주당의 (원내대표를 뽑는) 축제일이다. (정부의 LH 이전 보고는) 꼭 민주당 잔칫날 재 뿌리는 꼴이다”라며 못마땅해 했다.
국토위에서 박기춘 의원은 “16일 지역발전위원회에서 대통령이 (최종 확정하기 전) 국회와 합의한 것으로 퍼포먼스를 하려고 오늘 보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성 의원은 “이틀 전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은 안 한다고 했는데 소용이 없어”라고 가세했다.
오후 3시 13분경. 위원장석에 앉아 보지도 못한 채 위원장 집무실에서 야당 의원들이 비켜주기만을 기다리던 송광호 국토위원장이 수석전문위원을 통해 ‘회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오자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나라당의 국토위 간사 최구식 의원은 “이걸로 (LH 본사 이전과 관련한) 국회 절차는 모두 끝난 겁니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그게 무슨 개× 같은 소리야?”라고 소리쳤다. 박기춘 의원은 “LH가 최구식 지역구(진주)로 가니까 저러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소란을 지켜보던 국회의 한 관계자는 “여당과 야당이 모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 직후 첫 작품이 ‘회의 파행’이라니 국민들이 국회를 어찌 볼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한편 정창수 국토부 제1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LH 본사 이전 방안을 발표했다. 정 차관은 “LH를 경남으로 이전하는 데 따른 전북의 세수 부족분을 보전하는 방안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진 기자 leej@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