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삶을 사는 관음증-동성애자왜 그들에 야유 아닌 박수를 보낼까
베닛 특유의 풍자와 날카로운 유머가 가득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신작 ‘외설’은 두 개의 단편을 묶은 책이다. 작가 자신이 양성애자로서 사회의 편견에 맞서 살아왔기 때문일까. 두 단편 모두 사회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고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번째 작품인 ‘도널드슨 부인의 회춘’은 전형적인 중산층 중년부인인 도널드슨 부인의 이야기.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는 남편이 갑자기 사망한 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인근 병원의 의대생들을 하숙생으로 받으며 낮에는 그들의 실습을 위해 꾀병 연기 아르바이트를 한다. 가난한 의대생들은 하숙비 대신 그들의 성관계를 도널드슨 부인에게 보여주겠다는 괴상한 제안을 하게 되고, 그때부터 도널드슨 부인의 두 가지 삶이 시작된다. 낮에는 연기자로, 밤에는 관음을 즐기는 자로….
이처럼 베닛이 해학적으로 묘사하는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욕망이 사회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며 ‘사회에 적응한 자’로 보이기 위해 애써 본래 모습을 감추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 해학은 이들을 비웃는 차가운 시선이 결코 아니다. 한 독자가 평했듯이 베닛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등장인물을 만드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작가다.
결국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자신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등장인물들을 조소하기보다는 이들을 이렇게 만든 답답한 사회에 대해 불만을 갖고 등장인물들을 응원하게 된다. 지난달 7일 영국에서 출간된 이 단편집은 해학적 유머와 통렬한 풍자를 사랑하는 영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가디언의 사이먼 해튼스톤 기자가 ‘아름답고 추잡하다’고 칭한 이 작품은 과연 예술인가, 아니면 외설인가.
런던=안주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