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친다는 것은/빌 스무트 지음·노상미 옮김/406쪽·1만7000원·이매진
명문 사립고에 부임한 영어 교사가 주입식 교육으로 감성이 메마른 학생들에게 따뜻한 인간미와 자유로운 정신을 심어준다는 내용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로빈 윌리엄스(가운데)가 영어 교사 존 키팅 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펼쳤다. 책 ‘가르친다는 것은’의 저자와 인터뷰를 한 선생님들도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을 좋은 ‘가르침’으로 꼽았다. 동아일보DB
초등학교 1학년생을 가르치는 리네트 웨인 씨는 “내가 교직을 택한 게 아니라 교직이 날 선택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사랑한다는 뜻이다. 그는 아이들이 뭔가 새로운 걸 배운 뒤 표정이 환해지는 순간을 지켜보는 게 더없이 즐겁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4학년을 가르치는 스티븐 레비 씨는 “아이들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고유한 재능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늘 기도한다”고 털어놨다.
텍사스공대 원예학과의 엘렌 페플리 교수는 ‘가르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가르치는 일을 사랑해야 한다. 가르치는 일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다른 일을 해야 한다. 가르치는 일을 사랑하게 되면 학생을 사랑하게 된다.”
저자가 만난 선생님 중에는 ‘가르치면서 오히려 배우게 된다’고 털어놓는 사람이 많았다. 사진작가 키스 카터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가르치다 보니 더 좋은 사진작가가 됐다. 모든 걸 철저히 알려고 노력하게 됐고 젊은이들에게 작품 뒤에 놓인 이론이나 그 작품의 배경을 명확하게 설명하다 보니 나 역시 많은 걸 배우게 되고 대단히 폭넓게 작가들을 알게 됐다”
해병대 훈련교관인 다니엘 푸슨 씨에게 ‘가르침’이란 수많은 이의 ‘목숨’이 달린 문제다. 그는 “이 신병들이 곧 해병이 돼 전우의 목숨을 구하려고 훈련한 걸 써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가르치는 모든 걸 심각하게 취급해야 한다.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라고 털어놨다.
이 책은 교사, 교수뿐 아니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미국 사례이긴 하지만 수많은 선생의 ‘가르치는 법’에서 크고 작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교도소 내 명상지도사, 섹시댄스 교습가, 소방훈련관 등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더 나아가 가르침의 결과가 나타날 때 세상 어떤 일보다 즐거워하는 것이 선생님들의 공통된 마음이었다. 서커스 지도자는 아이들이 마법처럼 변하는 순간을 보게 될 때, 발레 강사는 학생 한 사람 한사람이 바뀌는 모습을 볼 때 학생들을 위해 목표한 바를 꼭 이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목수는 학생들에게 긍지를 불어넣기 위해 애쓰고, 제빵 선생님도 청출어람(靑出於藍)으로 학생들이 더 훌륭한 빵을 만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얘기한다.
요리사 디이터 쇼르너 씨의 말은 이런 선생님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저는 농부와 같아요. 비료도 있어야 하고 물도 줘야 하고 보살펴줘야 합니다. 그러면 갑자기 아름다운 나무가 나옵니다. 학생들의 성공이 곧 저의 성공입니다.”
훌륭한 선생님들의 공통점은 또 하나 있다. 학생들을 개개인으로 보며,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독특한 존재임을 안다는 것이다. 저자는 “교육이란 통상 집단적으로 행해지지만 교사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알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지 않았더라도 이 책은 읽어볼 만하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는 상황에 놓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일, 자녀에게 생소한 단어 뜻을 알려주는 일, 친구에게 스마트폰 작동법을 가르쳐 주는 일 정도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51명을 인터뷰한 뒤 얻은 다음 조언은 누구나 마음에 새길 만하다. “학생은 무엇을 가르쳐줬느냐가 아니라 선생님이 어떻게 가르쳤는지를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