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경제 좋아졌다는데 삶은 더 팍팍”
▶A3면 시리즈 [흔들리는 민심, 현장을 가다]<1> 분당 중산층 ‘이유있는 반란’
동아일보 취재팀이 4·27 재·보선 때 전통적인 여당 텃밭에서 야당 후보를 뽑아 정치권에 판도 변화를 촉발한 분당신도시 주민 10명을 인터뷰한 내용은 흔들리는 민심(民心)을 보여주는 축약판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였는데도 성장의 온기는 대기업, 부유층 중심으로 고여 있는 상황에서 고물가의 습격, 대출이자 급증, 부동산 가치 하락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은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회사원 박모 씨(32·여)는 “과소비를 하는 것도 아닌데 통신료와 식사비 등 물가가 너무 올라 저축할 엄두를 못 낸다”며 “예전에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하위층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또 인터뷰에 응한 주민 10명은 분당을 보선 결과를 20, 30대 젊은층의 유입이 늘어난 인구 구조 변화에서 찾기도 했다. 회사원 임모 씨(25)는 “20대들이 비싸진 대학 등록금과 취업난 때문에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접었으며, 현 정부에 대한 이들의 거부감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치권은 중산층 민심 이반을 주택 정책의 실패에서 찾았다.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정책이나 부동산세제 등에서 정책의 강도나 타이밍을 놓친 것이 중산층의 이반을 불러왔다”며 “서민과 중산층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원성훈 코리아리서치센터 이사는 “분당의 민심 변화는 중산층의 정치적 성향이 극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