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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민심, 현장을 가다]‘반란의 분당’ 10인의 한숨

입력 | 2011-05-16 03:00:00

“나라 경제 좋아졌다는데 삶은 더 팍팍”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30평형대 아파트에서 아내와 딸 등 세 식구가 전세로 살고 있는 이모 씨(42)네는 겉으로 보기에는 영락없는 중산층 가정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보기술(IT)업체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월 소득이 500만 원이 넘는 이 씨는 스스로를 ‘하위층’이라고 불렀다. 이 씨는 4·27 분당을 보선에서 여당 후보를 찍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주위에서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줄고 있는 것 같다. 중산층의 지지로 출범한 현 정부에 느끼는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A3면 시리즈 [흔들리는 민심, 현장을 가다]<1> 분당 중산층 ‘이유있는 반란’

동아일보 취재팀이 4·27 재·보선 때 전통적인 여당 텃밭에서 야당 후보를 뽑아 정치권에 판도 변화를 촉발한 분당신도시 주민 10명을 인터뷰한 내용은 흔들리는 민심(民心)을 보여주는 축약판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였는데도 성장의 온기는 대기업, 부유층 중심으로 고여 있는 상황에서 고물가의 습격, 대출이자 급증, 부동산 가치 하락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은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회사원 박모 씨(32·여)는 “과소비를 하는 것도 아닌데 통신료와 식사비 등 물가가 너무 올라 저축할 엄두를 못 낸다”며 “예전에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하위층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등 업종별 근로자들의 소득격차가 심해지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는 지적도 많았다. 대학교수 배모 씨(55)는 “대기업들의 이익이 사상 최고치라는 뉴스를 많이 접하는데 체감경기는 달라진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근 불거진 부산저축은행 부실사태에서 드러난 지도층과 고소득층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언급하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정사회가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또 인터뷰에 응한 주민 10명은 분당을 보선 결과를 20, 30대 젊은층의 유입이 늘어난 인구 구조 변화에서 찾기도 했다. 회사원 임모 씨(25)는 “20대들이 비싸진 대학 등록금과 취업난 때문에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접었으며, 현 정부에 대한 이들의 거부감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치권은 중산층 민심 이반을 주택 정책의 실패에서 찾았다.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정책이나 부동산세제 등에서 정책의 강도나 타이밍을 놓친 것이 중산층의 이반을 불러왔다”며 “서민과 중산층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원성훈 코리아리서치센터 이사는 “분당의 민심 변화는 중산층의 정치적 성향이 극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