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니’의 훈남 오빠 김시후, 그의 혹독한 성장스토리
영화 ‘써니’로 돌아온 김시후. 한 동안 방황을 겪었던 그는 슬럼프를 털어내고 영화 ‘마이 웨이’로 활동을 이어간다.
충무로 기대주로 떴는데
몸담은 소속사들 다 문 닫고
공중 뜬 기분에 자포자기
대인기피증에도 시달려
어떻게든 끝까지 가보자
소속사 없이 오디션 보고
택시 타고 버스 타고
발품팔아 연기했죠
“한동안 마음에 벽을 쌓고 살았어요”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를 좋아하는 제과점의 조수로 발탁됐다. 이런 그를 언론은 ‘이영애의 남자’라고 부르며 새로운 기대주로 꼽았다.
스크린에 혜성처럼 등장한 김시후는 이후 영화 ‘구타유발자들’ 등에 출연하며 꾸준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소속 기획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스타로 성장하는 또래 연기자에 비해 그는 대중의 관심 밖으로 잠시 밀려나 있었다.
“몸을 담았던 소속사가 몇 번 문을 닫았어요. 당황하고 공중에 뜬 기분이었어요. 그 뒤에 ‘같이 일하자’는 회사들이 너무 꿈같은 계획들을 말하는데 신뢰가 생기지 않았어요. 일찍 데뷔해서인지 몇 번의 상처가 빨리 없어지지 않아 마음에 벽이 생긴 것 같아요.”
“한 때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어요. 매일 밤을 새다시피 했고 대인기피증 비슷한 게 생겨서 6개월 정도 집 밖 슈퍼마켓도 가지 않았어요. 그 때 집에서 하루에 서 너 편씩 닥치는 대로 영화를 봤어요.”
“어떻게 되든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김시후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MBC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로 몸을 풀었고 영화 ‘고치방’에 출연했다. 그리고 지금 극장에서 상영 중인 ‘써니’와 12월 개봉 예정인 장동건 주연의 대작 ‘마이웨이’까지 모두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따냈다.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으니 지방에 있는 영화의 촬영지를 다니기가 가장 어려웠다. “‘고치방’은 대전에서 찍었는데 택시 타고 버스 타고 다니면서 제 힘으로 해낸 첫 작품이에요. 작년 말부터 ‘마이웨이’ 찍으러 새만금을 다닐 때도 다른 연기자나 스태프들 차를 얻어 타고 다녔어요. 좀 눈치가 보였지만(웃음),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김시후는 개봉 이후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써니’로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여섯 명의 여고 동창들이 결성한 클럽 ‘써니’의 멤버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준호가 그의 역할이다. 영화에서 김시후는 심은경, 민효린의 사랑을 받으며 ‘손발이 오그라드는’ 청춘멜로를 소화해 관객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저더러 ‘쟤 영화 찍다가 쓰러지는 거 아냐?’라고 딱 한 마디 하셨어요. 방황할 때 몸무게가 10kg쯤 빠졌거든요. 근육을 키우는 게 지금 목표에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합기도 선수였는데 그 때 실력 다시 발휘해야죠.”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